논어을 읽다보면 보면 상당히 난처한 문장을 만나게 된다. 번역을 어떻게해야 할지 난감한 것이다. 이런 일이 어디 논어 뿐이겠는가만, 모든 번역들이 그러지 싶다. 오죽했으면 번역은 반역(?)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겠는가. 하긴 어떤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가 참으로 다양하고 똑 전달하고자 하는 늬앙스가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최대한 그 문맥에 맞게 해석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특히 외국어는 더 그렇다. 언어도 경제성을 생각하다 보니 한 단어에 많은 의미를 삽입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범죄 용어로 쓰는 ‘치한’(癡漢)도 그렇다. 여자를 괴롭히거나 희롱하는 남자를 ‘치한’이라고 그러는데 거기에 왜 ‘한나라 한’(漢)자가 있는지 의아할 것이다. 문맥에 따라 ‘은하수 한’, ‘한수 한’, ‘사나이 한’ 등으로 쓰자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현현역색(賢賢易色)이라는 고사성어 역시 마찬가지다. 이 고사는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데 흔히 “어진 사람 좋아하기를 미인 좋아하듯” 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모든 남자들이 미인을 좋아한다는 보편적인 정서를 적용한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인(仁)을 실천하는데 아주 쉬울 것이라는 말이다.

또 어떤 번역자는 현현(賢賢)을 ‘어진 이를 어진 이로서 대우하다’는 뜻이며 역색(易色)의 역(易)자를 ‘바꾸다’는 뜻으로 풀어서 ‘여자를 좋아하는 마음과 바꾸다’로 해석하기도 한다. 문제는 ‘易’이 바꾸다는 외에도 ‘가벼이 여길 이’(易)로도 쓰이므로 色을 여색으로 보면 ‘여자를 경시하다’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뒤에 이어지는 문맥과 이어서 보면, 이 어구는 부모, 임금, 친구를 대할 경우와 어진 이를 대할 때 어떤 자세로 할 것인가를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결국 이 구절은 어진 사람을 대할 때는 마치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듯 아주 기쁘고 반가운 마음으로 대하라는 의미임을 유출할 수 있다.

재밌는 것은 논어 자한(子罕)편에 오미견호덕여호색자야(吾未見好德如好色者也)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나(공자)는 아직 덕(德)을 좋아하기를 아름다운 여인 좋아하듯이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문장이 그렇다. 그런 뜻에서 보자면 공부가 됐건 일이 되었건 아리따운 여인을 대하듯 한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하여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뭇 사내들은 하나같이 미인을 좋아한다는 것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문장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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