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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민간정원 5호, 정원 ‘화가의 정원 산책 길’조경학박사·화가 부부가 29년째 한 땀 한 땀 수놓듯 가꿔 온 아름다운 정원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3.05.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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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알고 있기엔 아쉬운 곳, 1천여평 부부의 정원은 아직 미완성

 

입장료를 계좌이체하고 입구를 찾는데 마침 외출하려고 정원을 나서던 주인 부부와 마주쳤다.
“혼자 오셨어요?” “네”
“저희가 지금 일이 있어서 나가는 길인데... 이렇게 가셔서 저쪽으로 한 바퀴 돌고 나가시다가 갤러리 들러서 차도 한 잔 하고 가세요. 설명을 해드리면 좋은데, 지금 나가야 해서요”
“아. 네~ 괜찮습니다.”

주인부부가 문을 열어주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혼자 조용히 천천히 돌아보고 가겠노라고 인사를 하고 헤어져서 화가의 정원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갔다. 좁다란 아기자기한 길 위에 야자매트를 깔아놓아 비 오는 날 산책도 무리가 없을 듯 했다. 이름 모를 꽃과 나무들을 요리조리 살피고, 이따금 이름표가 붙어있는 식물들은 이름을 기억하려고 애쓰며 사진도 찍어가며 그렇게 이삼십분쯤을 가볍게 걸었다.

한 바퀴 다 돌았다 싶어 내려오는데 나간다던 주인부부가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차피 나가는 방향이라 천천히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갔다. 처음 정원입구에서 마주쳤을 때 들고 있던 바구니가 오늘 심을 꽃이었었나 보았다.
“가신다던 곳이 여기셨어요?”
“아뇨. 시간이 급한 게 아니라서 어떤 분이 준 식물을 좀 심어놓고 나갈까 하구요, 벌써 보고 내려오신 거예요? 설명을 해드렸으면 좋았는데... 들어오셔서 갤러리도 보시고 차도 한잔 하고 가세요” 부부가 하던 일을 멈추고 안으로 들어오라며 편안하게 맞아주었다.

남편이 갤러리 공간을 만든 이유를 설명해주며 들어가 보라고 권하는 동안 아내는 녹차와 커피가 있다며 뭘 드실꺼냐며 친절하게 물었다. 갤러리 앞 너른 공간에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게 탁자들이 대 여섯 개 쯤 배치되어 있었다. 권하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마을 앞 저수지가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정원 중턱 쯤에 있는 이 공간의 매력은 정원이 한 눈에 들어 올 뿐 아니라 탁 트인 먼 곳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어 더없이 좋았다. 아무튼 두 부부는 바쁠텐데도 커피를 내어주며 자리를 권했고 그동안 정원을 가꿔 온 이야기 들을 들려주었다. 


알고 보니 남편은 지역 마이스터 대학은 물론 다른 도시에까지 조경과 정원에 관해 강의를 나가는 남웅 조경학 박사였고 아내는 개인전, 단체전도 열고 크고 작은 미술대전에서 심사를 맡아 활동하는 민명화 화가였다. 민명화 화가가 차를 준비하는 동안 갤러리를 둘러보니 꽃을 그린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민 화가는 자신이 심고 가꾸는 꽃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었다. 

남 웅 박사는 ‘지금보다 젊었을 때’ 조경회사에서 실무를 익힌 것이 바탕이 되어 조경전문가의 길을 가고 있다고 한다. 29년째 접어든 1천여평 부부의 정원은 아직 미완성이다. 정원을 가꾸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시나브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쩌다 혼자만 알고 있기에 아까운 어떤 장소를 만나게 되는 일은 드문 일이다. 부부가 29년째 한 땀 한 땀 수놓듯 가꿔온 아름다운 정원, 누군가 가보라고 권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이 곳. 이곳은 전라남도 민간정원 5호이자 순천시 민간정원 1호다.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아쉬움이 커 ‘화가의 정원 산책 길‘을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민간정원으로 등록하고 개방도 했지만 지자체 차원의 특별한 혜택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부부는 효율적인 정원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어른 5000원, 아이들 3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며 계면쩍어 했다.

남 웅 박사가 정원 안내를 해준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 셀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수목들과 꽃에 대해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정원을 다시 한 바퀴 도니 정원 산책의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정원 옆 부부의 마당에도 아기자기한 정원이 가꿔져 있었다. 삽·호미 등등 마당정원에는 넓은 야산이 정원으로 태어나도록 부부와 산고의 시간을 함께 한 다양한 연장들이 또 하나의 설치작품이 되어 있었다.

‘화가의 정원 산책 길’은 삼백년·사백년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은 동백 숲, 상수리나무 등 야산의 지형을 살린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매자나무·조팝나무·적피백일홍...일일이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키 작은 수목류, 아이리스·창포·패랭이 등 알록달록 예쁜 다년생 꽃들이 주는 ‘인공적인 아름다움’과 시간을 거스르는, ‘말 그대로의 자연‘이 참 조화로운 친근하고 편안한 정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러 알리려고 하지 않았어도 ‘화가의 정원 산책 길’에는 가까이는 광주전남에서, 멀리는 서울경기지역 등에서 나무와 꽃, 정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고 있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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