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재우 광양기업 회

1984년 ‘어두운 기억의 저편’이라는 소설로 최연소 이상 문학상을 수상, 차기 한국 문단을 이끌어갈 유망주 문인으로 떠올랐던 이균영이 그와 친분이 두터웠던 광양기업 황재우 대표와 얽힌 일화가 회자 되고 있다.  황 대표 말에 의하면 이균영 작가가 이상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선물을 하나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현재 가지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말하면 다 들어주겠다고 말했는데 이균영 작가가 책상을 하나 가지고 싶다고 했다며 최근 기자들과 사석에서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황 대표 말에 따르면“나와 균영이는 아주 가깝게 지낸 사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그에게 뭔가 선물을 하나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소원을 말해 보라고 했는데, 책상을 하나 가지고 싶다고 해 내심 깜짝 놀랐다.”고 했다. 황 대표가 생각한 것은 가정에서 쓰는 일반 책상이 아니라 대형 원탁 테이블을 말한 것으로 오해했던 것. 순간 황 대표는 속으로 ‘이놈 봐라, 이상 문학상을 받더니 교만해졌네’ 라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균영 작가가 원한 책상은 일반사람들이 쓰는 보통 책상이었다. 이균영은 그동안 좁은 집에 살면서 변변한 책상 하나 없이 밥상을 책상 대신 사용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는데, 앞으로는 책상에서 편안히 글을 쓰고 싶었던 자신의 마음을 밝혔던 것. 

황대표는 “균영이가 책상을 하나 사 달라는 말에 역시 타고난 글쟁이라는 사실을 알고 가슴이 뭉클해졌다”며“ 만약 균영이가 지금까지 생존했다면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을’ 능가하는 백운산과 관련된 대하 역사 장편 소설을 썼을 텐데 너무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그 꿈이 실현되지 않아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소설가 이균영은 1984년 최연소 ‘이상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단독 연구서 <신간회 연구> 로 단재학술상을 수상하는 등 문학은 물론 사학계에서도 촉망받던 작가였지만 마흔 다섯의 짧은 생애를 마감해 주변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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