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찾아서 - 3

이번 답사에서 다시 느낀 것은 결국 ‘힘이 없는 민족은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430년前 임진왜란, 112년前 경술국치 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우리는 냉철하게 우리 자신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모지항은 마치 목포항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항구에 오래된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방문객들을 위해 개방된 레토르광장은 다양한 볼거리와 의미 있는 건물들이 있는 곳이었다. 광장 한쪽에 전철을 전시해놓고 옛 규슈철도의 본사건물과 오사카상선, 옛 모지세관건물들이 과거를 회상하게 해 주고 있었다. 부산 영도다리처럼 개폐식 다리가 있었는데 일본 유일의 보행자 전용다리라고 하였다.

다음은 윤동주시인의 독립운동 활동이 일제 당국에 의해 적발되어 윤동주와 송몽규가 수감되어 순국했던 후쿠오카교도소를 찾아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옛, 후쿠오카교도소는 후쿠오카구치소로 바뀌어 있었고 구치소 건물을 둘러보려 했으나 일본 현행법에 의해 일반인들의 접근이 불허되어 우리는 버스 안에서 건물의 위치를 확인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만 28세의 젊은 청년 윤동주시인은 해방을 불과 6개월을 앞둔 45년 2월 16일 새벽 3시 무언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하늘의 별이 되어 우리 곁을 떠났다. 그 아픈 시대의 절규가 메아리 쳤던 역사의 현장에 발을 디뎌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서글픔을 뒤로하고 구시다 신사에 도착했다.

이곳 구시다신사에는 명성황후 시해에 사용된 히젠도(刀)가 보관 되었다고 하니 분노와 함께 아픈 치욕이 상기되었다. 3일째 마지막 코스인 ‘태재부 천만궁’에 도착했다. 이곳은 일본의 학문의 神으로 받드는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모신 사당이다. 비매(飛梅)와 연못, 주변의 나무를 살펴보고 오래된 일본 전통 떡인 ’야키모치‘를 함께 사먹었다. ‘태재부 천만궁’옆에 위치한 ‘규슈국립박물관’을 방문하였다.

2005년에 개관된 ‘규슈국립박물관’은 도쿄, 교토, 나라,에 이어 일본에서 4번째로 설립된 국립박물관이다. 1800년 후반 대에 지어진 세 곳에 비해 현대적 시각으로 지어 졌는데 유선형 디자인에 전면을 유리벽으로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와 관련된 유물을 동료들과 찾으려고 했으나 특별한 유물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페르샤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제 3일째 일정을 모두 마치고 구마모토로 이동하였다. 열도를 달리는 차창에는 활기차게 걸어가는 일본인들의 모습에 눈에 들어왔다. 일본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흔히 ‘국화와 칼’에 비유를 한다. 

2019년 미국의 ‘루스 베네딕트’가 저술한 일본인의 심리를 간파한 책이다. 이 책에서 일본인의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특성을 이야기하였다. 한손에 꽃을, 한손에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18일(금), 숙소에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구마모토로 향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일정이다. 나는 해설사 명찰을 부착하고 길을 나섰다 광양시문화관광해설사로서 당당하게 구마모토성에 입성하고 싶었다. 그런데 구마모토성은 예전의 웅장한城이 아니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침략의 주범중인 한사람으로 ‘가토기요마사’가 축성한 구마모토성은 오사카. 나고야성과 함께 일본의 3대城으로 손꼽히는 城이다. 정유재란 당시 조, 명 연합군에게 포위를 당해 결사저항하면서 울산성 내에 우물이 없어 물 부족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던 가토기요마사는 전쟁이 끝나고 구마모토에 돌아와 구마모토성을 축성했는데 성의 전방 5km내에 우물을 무려 120개를 판 것으로 유명하다.  

1601년에 착공해서 1607년에 완공된 구마모토성이 415년의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城전체가 보수공사에 들어가고 있었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성 앞의 가토기요마사의 동상을 눈여겨보았다. 완전무장한 전투복에 양쪽에 칼을 차고 오른손의 칼은 칼집에서 빼내 호전적인 눈빛으로 우리를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본의 호전적인 DNA를 상징하고 있는 것 같았다. 

3박4일 동안 강행군을 하면서도 몸과 마음의 흔들림 없이 꿋꿋한 자세로 답사에 임했다. 이번 답사에서 다시 느낀 것은 결국 ‘힘이 없는 민족은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430년前 임진왜란, 112년前 경술국치 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우리는 냉철하게 우리 자신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3박 4일 동안 최선을 다해주신 열 명의 동료들, 매 순간마다 우리를 위해 힘써 주시고 사진촬영을 해주신 이영석대표와 멋진 안내를 해주신, 특히 ‘일본인들 에게 신앙은 종교가 아니라 생활이다’라는 명언을 해주신 박성현 가이드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광양시문화관광해설사들이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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