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공원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의 줄넘기를 지도하며 ‘줄넘기아저씨’로 불리던 서형근 씨는 퇴직 후에 도서관 화단에 나무를 심고 가꾸며 제2의 인생을 보내는 ‘정원사 아저씨’가 됐다. ‘퇴직 후에는 돈을 벌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살지 않고 좋은 일 하며 살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서형근 씨는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고 있다.

시청 앞 시민광장 실외정원 조성에도 시민정원사로 참여해 톡톡한 일당을 받는 조경업체 인력보다 더 열심히 일 한 서형근 씨는 백운고 뒤 공공도서관에 ‘비밀의 숲’이라고 이름붙인 자신만의 정원이 있다고 했다. 4년 전 공공도서관의 승낙을 얻어 도서관 화단의 빈 공간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나무를 돌보고 있다.

도서관 입구에 심어져서 시들시들 죽어가던 주목나무를 도서관 뒤편으로 이식하고 오죽, 라일락, 구골목서, 금목서, 코니카가문비, 천리향, 금송, 살구, 꽃복숭아, 은목서, 무화과, 모과나무 등 다양한 수종 70여그루를 도서관주변과 그라운드골프장 사이에 골고루 심은 것이다. 

도서관과 그라운드 골프장 사이 언덕에 잡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것을 모두 정리하고 바위 틈틈이 송엽국도 심었다. 그라운드 골프장 울타리에 무성하게 자란 잡풀이 인도를 뒤덮은 것을 보고  잡풀을 베다가 날카로운 예초기 칼날에 정강이가 나갈 뻔 한 적도 있었다. 

서 씨는 “도서관을 거의 매일 이용하다 보니 죽어가는 나무와 군데군데 비어있는 화단이 아까워서 도서관 측에 나무를 심어보겠다고 했더니 좋아했다. 그래서 심기 시작했고 돌봐왔다”며 “나무나 사람이나 돌보기 나름이다. 나무가 죽어 가면 가슴이 아프다. 심어서 기부체납 했으니 물이라도 주고 관리를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관심을 좀 가져주었으면 좋겠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책을 많이 읽기로 유명한 독서왕 서형근 씨의 또 다른 취미는 봄부터 가을까지 틈만 나면 전국의 수목원과 정원을 다니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국 50여곳의 수목원과 정원, 식물원을 다녀왔다. 국립수목원부터 민간정원까지 탐방을 다 하려면 앞으로도 150여 곳을 더 가야한다고 말한다. 

서형근 씨는 “광양은 제철소 등 제철관련 산업단지가 있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다.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도심 곳곳에 나무를 많이 심어 지금보다 다섯 배는 더 도시 숲을 늘려가야 한다”며 “가로수를 정비하고 공원을 관리하는 것도 좋지만 소나무 보다 탄소를 잡는 효과가 두 배 더 높은 튤립나무, 붉가시나무, 대왕참나무 등을 더 많이 심었으면 좋겠다. 갖고 있는 쇠 삽 7자루의 끝이 다 닳아 없어질 때 까지 나무를 심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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