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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약졸 - 무능함을 옹호하는 변명의 도구로 이용하지 말아야3분 한자 人文學 -273
  • 홍봉기 기자
  • 승인 2022.11.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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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에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말 뛰어난 기교는 오히려 졸렬해 보인다는 뜻인데, 상황에 따라 참으로 다양하게 해석되는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진짜 뛰어나서 졸렬해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졸렬한데 과장하다 보니 뛰어나 보이는 것인지 그건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유명하다는 작품을 대할 때 그런 의심은 더욱 커진다. 자신이 보기에는 전혀 작품 같지 않아 보이는데,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뛰어난 작품으로 둔갑시킬 때도 비일비재하다. 내가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 ‘세한도’를 유심히 들여다본 것도 그런 이유 중의 하나다. 미안하게도 내 눈에는 아무리 봐도 전문가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할 만한 그림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림을 보고 느끼는 것은 각자의 몫이니 그 그림이 ‘명작이다, 아니다’를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법 아닌가. 내가 보기에 세한도는 잘 그린 그림이라기보다는 ‘의미를 잘 담은 그림’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하긴 당시 중국은 조선 사람들이 보기에 최고의 부강한 나라였으니 그런 흉내를 내 볼만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약점은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인물을 막연하게 추종하거나 숭배하면서 신격화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하다 보면 객관성을 담보하기가 참으로 어려워진다. 

만약 세한도라는 그림에 어떤 부가적인 설명이 없거나 김정희 그림이 아니라고 했다면 그렇게까지 극찬했을까 싶다. 그리고 세한도는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말로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는 것을 안다(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는 의미다. 대교약졸이라는 고사가 자신의 무능함을 옹호하는 변명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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