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계절의 색깔도 나이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법이다이현숙 행복코디네이터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2.10.11 17:52
  • 댓글 1

50대 때 맞이하는 가을하고 60대 때 맞이하는 가을은 역시 그 색깔이 다른 법인가 보다. 50대 때는 가을이 되면 그냥 좋았는데, 60대 때 가을은 뭔가 더 쓸쓸함이 깊어져 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제는 흔들리는 갈대가 예사롭지 않게 보이고 바람에 날리는 낙엽조차 부처님의 법문으로 읽혀지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사람의 성숙도가 반드시 세월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게 있어서 지금의 가을은 예전하고 다르게 다가오는 것만은 확실하다.

며칠 전에는 혼자 순천 동천을 걸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60평생 걸어온 길을 반추해보니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도 종종 있었지만, 그래도 기억하고 싶은 일이 더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 각자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는 그 자체만으로 기특하고 대견스러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보기 시작하면 자기도 모르게 불행해지는 법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동천을 걸으면서 이제 시작하는 60대를 이런 마음으로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첫째는 꾸준히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춘기 시절에 읽었던 책들도 내 인생을 이끌어 가는데 큰 역할을 했겠지만, 60줄이 되어서 읽는 책은 내게 또 다른 의미를 던져주지 싶다. 경험과 지식도 그 만큼 많이 쌓인지라 책을 읽어도 더 쉽게 공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는 그 어떤 비싼 명품 보다 서점에 가서 책 한권 선택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 믿고 있다. 솔직히 지폐를 세는 맛도 더할 수 없는 행복감을 주지만, 책장을 넘기는 맛도 그 못지않게 큰 기쁨을 준다는 사실, 요즘 들어서 더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둘째는 여행을 자주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다고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얼마든지 가까운 곳도 좋은 여행지가 될 수 있는 법이다. 여행은 물리적인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음만 열려있다면 곳곳이 아름다운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올 가을부터는 내가 발 딛고 사는 주변부터 찬찬히 살펴보면서 느림의 철학을 실천해 볼 작정이다.

셋째는 인간관계를 줄어갈 작정이다. 요즘은 연결만 있지 관계는 턱없이 부족한 시대다. 피상적인 연결은 차고 넘치지만 깊은 관계는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연결은 더 큰 외로움만 양산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연결을 넘어 관계에 집중을 할 생각이다. 관계는 상대방과 자주만나 시간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상대방과 마음의 체온을 나누지 못하는  피상적인 만남은 사람을 늘 공허하게 만들고 허기지게 만드는 법이다. 하긴 공자님도 2300년 전에 이런 탄식을 내 뱉기도 했다. “나를 피상적으로 아는 사람은 차고 넘치지만,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몇이나 되겠는고” 

물론 내 자신에게 한 이 세 가지 약속을 잘 지켜낼지 모르겠지만, 이 약속만 잘 실천해도 남은 인생은 그런대로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글을 마무리 하고 잠시 창가로 눈길을 던져주고 있는데 가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양경제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민연옥 2022-10-12 10:28:42

    책을 가까이 하고, 여행을 많이 하고, 정제된 인간 관계를 유지하는 것, 나이가 들어가면서 꼭 실천해보고 싶네요. 소중한 메시지를 쉬운 필체로 담담히 전해주는 필자의 정성에 박수를 보냅니다.   삭제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