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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옥 화가의 작가노트-11당신께  가을 안부를 물어도 될까요?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2.09.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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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이 엊그제 지났으므로 이젠 밤의 길이가 길어 질 것이고 나무는 수분을 뿌리로 저장하기 위해 잎을 건조시켜 화려한 색감으로 안녕을 고할 것이다.  

벌레는 땅속으로 숨고 붉은 고추 따는 아낙의 손길은 바삐 움직일 것이며  호박 무  가지 등  야채들은 햇빛 좋은 와상에서 꼬들하게 말라갈 것이다. 고창 선운사에는 붉은 벨벳 융단을  깔아 놓은 것 같은 꽃무릇가   피었다는 소식을 티브이에서  전해준다

꽃무릇이 피었다고, 노란 국화꽃 화분을  사서 베란다에 두었다고, 억새가 핀  산책길을 가을이 가기 전에 함께 걷자고 안부를 묻을 수 있는 친구들의 얼굴을 떠 올려 본다.  

그리움의 계절이 시작된 것일까?  거리두기 제한은 없어지고 이젠 친밀해져도 된다고 간격을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공식적으로 허락하고 있지만, 사람과의 간격에 대한  사유를 하게 되는 요즘이다.

간격의 사전적 의미는   공간적으로 벌어진 사이, 시간적으로 벌어진 사이, 사람들의 관계가 벌어진 정도이며  동의어로는 거리, 빈틈을 들고 있다. 벌어짐이란 거리와 간극이 존재하고 밀접하지 않음을 말한다.  疎(소)라는 한자가 있다. 촘촘하지 않는 성긴 상태를 말한다. 물건과  물건 사이에 사이가 뜬 것을 말하는데 이 한자는 소통(疎通 )과 소외( 疎外)라는 어쩌면 정반대  의미의 단어에 공동으로 쓰인다. 관계가  성글면 소통도 되고 또는 따돌림인 소외도 된다.  즉 거리 두기를 하면 통하고 , 거리  두기를  하면 따돌림도 된다는 뜻이다. 

무서운 팬데믹도 막지 못한  건 위험을 무릎  쓰고라도  보고 싶은 사람은 본다는 것이다.   그리워하지  않고 있다는 뜻은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그때 만나자로 안부 인사를  갈음함으로서  그리움의 차이가 다름을  판단하는 건 너무 과한 생각일까  !   젊은 시절에는 친밀한 관계에 목 말라한 적도 있었다. 나름  노력해도 거리가 좁혀 지지 않음에 낙담하기도  했지만 점점 거리감이 주는 편안함에 적응 되어가고 있지만 문득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간격을 똑같이 유지할 수는 없다. 같은 취미를 가졌기에  이상적인 관계를 꿈꾸다 급작스럽게 친해진 후  오히려 같은 취미가 질투와 독이 되어 아프게 하였다.  봄에 시작한 만남은 초여름에 뜸해졌고 많이 아파 허덕였다.  두 달 만인 어제  연락을  해 왔지만  다시 시작하고 싶진 않았다.  서로 마음에 담긴 진심을 주고받으며 예쁘게 마무리 하였다.  조금 더 간격을 두고 천천히  상대가 급하게 간격을 좁혀 왔을 때  내가  그 간격을 잘 유지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분리수거할 때마다 과일을 개별 포장하는 벌집  모양의 스티로폼을 보면서 포장이 과한 건 아닐까 생각이 자주 들지만 부드러운 과일일수록  서로 닿으면 흠과 상처가 나기 쉽기 때문이다.  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모른다.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상처 받지 않는다. 이것은 엄청난 마법이며 동시에 훌륭한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면 세월과 더불어 서운함 등 나쁜 감정들이 소멸되고 오히려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건 아닌가, 궁금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 구속하듯 구속하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해 서로 그리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일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필요하다...  나무들이 올곧게 잘 자라는데 필요한 이 간격을 '  그리움의 간격'  이라고 부른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바라볼 수 있지만, 절대 간섭하거나 구속할 수 없는 거리,  그래서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거리" <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중에서 _우종영  

하지만 이 그리움의 간격을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람에게도  나무들처럼 저마다 혼자 가꿔야 할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자칫하면 자기의 몫인  내면의 시끄러움을 다스리지 못하면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  주기가 쉬울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을 돌보고 고요하게 할 혼자만의 시간을 잘 지낼 수 있어야 그리운 사람과도 건강하고 아름다운 만남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은  그리운 사람과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는 들녘에 벌써  가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오후의 티타임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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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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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ndy4170 2022-09-28 10:05:18

    작가님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 받았나봐요
    그래도 예쁘게 마무리 잘하셨다니 다행이예요
    힘내세요
    세상은 살아만 있으면 그래도 아름답더라고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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