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지 2주일째 되어가고 있다. 아직은 어안이 벙벙하지만,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 남은 인생 의미 있게 살겠다고 다짐을 한다. 다들 알다시피 지금은 ‘100세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서 60세라고 하면 정말 큰 어른축에 속했지만 지금은 청년으로 취급받는다. 그 만큼 건강하고 또 할 일이 많다는 뜻도 된다.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이렇게 장수하는 시대를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은 물론 국가도 혼란을 많이 겪고 있다.

나는 한 직장에서35년을 보냈다. 모든 젊음을 다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후회는 없다. 나를 먹여주고 키워준 회사 덕분에 내가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문제는 남은 2모작을 어떻게 가꾸어 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인생 1모작으로 충분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심지어 3모작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60세 이후 보내야할 여생이 족히 30~40년은 되기 때문이다. 내가 직장에서 몸담았던 만큼 남은 시간이다. 생각하면 참으로 막막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만큼 인생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80세 정도로 보고 있다. 의학의 발전 속도를 볼 때 앞으로는 평균 수명이 90세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선진국은 2030년이면 평균 수명이 100세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면 확실히 장수의 길로 가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65세 이상을 고령화로 부르게 된 것은 1960년 유엔에서 제정한 것이다. 유엔은 2050년의 전 세계 평균 수명을 100세로 보고 앞으로는 18~50세를 청년, 51~70세를 장년, 71~100세를 노년으로 제정하려고 검토하고 있다.

100세 시대는 단순히 물리적인 수명만 오래 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족관계·주거·교육·일자리·복지·금융 등 개인의 삶과 모든 사회 시스템을 100세 시대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는 셈이다. 하지만 나는 원래 낙관주의자라, 미래학자들이 걱정하는 것에 다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60년을 살아보니 몸으로 터득하고 배운 게 많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내가 35년 간 몸담았던 시대에도 우리는 늘 경제적으로 어렵다고만 했지, “이제 괜찮으니 마음 편히 살아라”는 말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아니 단군 이래로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자기 나름대로 규정을 정해 삶을 가꾸어 가면 된다. 그렇다고 마냥 낙천적으로 살아야한다는 말은 아니다.
60세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바짝10년 정도 국내 여행은 물론 외국 여행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꾸준히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도 권면해 본다. 독서는 뇌가 퇴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뇌가 활성화 될 때 몸도 건강하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노년에 우울증이 잘 걸리는 것은 관계성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계만 좋아져도 노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한다면 종교 활동을 권하고 싶다. 교회를 가든 절을 가든 일단 종교 활동을 할 때 죽음에 대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삶을 더 보람되고 가치 있게 살 수 있다. 아직 퇴직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내게 주어진 나머지 시간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나름대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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