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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마루에서 만난 그녀들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2.06.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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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온도가 한 여름을 연상케 하는 오후, 서천 변 한산한 카페에 나이 예순 남짓한 여인 두 명이 테이블에 앉아서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다.
손으로 또박또박 써나가는 아나로그 글씨쓰기.
그것도 200자 원고지에 쓰고 있다. 심지어 광양에서 문학의 자양분을 키운 정채봉 시인과 안영소설가의 작품을 정성껏 필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상체를 살짝 기울인 채 왼손으로 원고지를 누르고 오른손으로 펜을 움직이는 그녀들의 모습이 마치 18세 꿈 많은 문학소녀들 같다.
누구에게나 그렇게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 그녀들은 그렇게 그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던 시절, 그러나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을 ‘죽이고’ 남과 ‘타협하고’ 때로는 ‘입을 꾹 닫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얄팍한 지식으로 사람들을 기만하고, 세치 혀로 대중을 농락하는 자들을 볼 때 마다 저들은 무슨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는 대중들이 많을 것이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경계가 분명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런 사람들과 함께 호흡을 해야 하는 현실이 조금은 괴로울 수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특별한 사람도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특별하지 않은 그런 사람들은 다행히 얄팍한 지식마저 없어 사람들을 기만한 적도 없고, 대중 앞에 설 일이 없으니 대중을 농락할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불쑥 타인의 모습에서 그렇게 지난 시절을 추억하며 지금의 나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아름다웠던 시절, 아프고 슬펐던 기억보다는 달콤하고 즐거웠던 기억만을 오래오래 간직하며 살아가는 것도 행복해지는 묘안이 아닐까 한다. 
지나간 일에는 더더욱 마음을 묶어두지 말고.
소녀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그렇게 다정하게 앉아서 아름다운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밝게 웃는 그녀들의 순수함이 사진처럼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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