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로 살다 간 법정 스님이 강원도 산골로 들어가서 남긴 말이다. “나는 지금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곳에 살고 있다. 내가 사는 환경이 궁핍하고 거의 원시 상태이지만 순수한 내가 존재할 수 있어서 좋다.”

몸이 편할수록 영성은 죽어가니 편안보다 거룩한 고난이 답이란다. 우리는 가난함 속에 풍요가 있고 약함 속에 강함이 있고 작은 것 속에 큰 것이 있고 낮아짐 속에 높음이 있는 역설을 긍정해야 한다. 하여 낡은 허물을 버리기 위해 오늘을 사는 것이다. 그래야 새롭게 태어나지 않겠는가.
 

사람이 불행하게 된 것은 경제적인 결핍 때문이 아니다. 따뜻한 가슴이 없기에 불행해진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고도 만족할 줄 모른다. 이것이 현대인들의 공통된 병이다. 단순과 간소는 텅 빈 공(空)의 세계이다. 텅 비워야 거기에 새로운 것이 들어찬다. 남보다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은 사람이야말로 마음이 풍요하다. 우리 사회에는 나눠 가져야 할 이웃들이 너무도 많은 것을 보지 못하는 무관심이 문제다.

철학자 마르쿠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풍요로운 감옥’에 비유했다. 이 감옥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어떤 것이 진정한 인간이고,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 것인지 근원적인 물음 앞에 마주 서야 한다.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각성, 자기 존재에 대한 성찰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공존과 공생을 말할 수 있고 평화와 연대를 추구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존엄으로 풍성하게 존재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고 듣고 배운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보고 들었으면 스스로 생각해야 하고 자기 것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일상에 옮겨 살아가는 것이다.  예수님의 자취가 2천 년 전에 있었던 역사적인 사실로 끝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 생애의 의미가 오늘 우리 자신의 삶과 하나가 될 때 우리는 거듭날 수 있고, 그리스도는 우리 안에서 다시 부활의 생명을 꽃피운다.

“나는 날마다 죽는다”고 고백한 바울처럼 날마다 죽음으로 다시 사는 진리로 엉원을 사는 것이다. 하루 동안에도 수많은 새 생명이 태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과 작별을 한다. 그 하루 속에 내가 있고 우리가 있기에 나도 기적이고 우리 모두는 기적 속에서 살아간다. 기적은 특별한 게 아니다. 하늘이 선물로 주신 오늘 하루를 인생의 첫날처럼, 또한 마지막 날처럼 링하고 있다면 기적이다. 일할 수 없는 날이 곧 올 것이니 사랑을 실천하는 일도 내일로 미룰 수 없다. 오늘 하루를 살아도 믿음과 희망의 씨앗을 심어 사랑과 평화의 세계를 꿈꾸며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죽음의 두려움도 발붙일 수 없을 것이다. 
 

종교는 이론이 아니요 사랑의 실천이다. 어디에도 증오해야 할 적은 없다.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을 열어가는 것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미래는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현재요 오늘이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영광이 아닌 바로 오늘(현재)이다. 오늘은 하늘이 우리에게 주신 귀한 선물임을 믿을 때 오늘 내가 존재함에 감사할 수 있다. 나도 부족하지만 약자의 친구가 되어 동행하는 것은 아직 살아갈 희망이 있는 것이다. 비관하고 좌절하여 쓸어졌는가? 일어서서 다시 진실을 찾아 길을 떠나야 한다. 
 

호서대학 설립자 강석규박사의 말이다. “자신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일에 너무 늦은 때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일에 너무 늦은 시간은 없습니다. 지금 바로 이 시간이 가장 적절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80 고개를 훌쩍 뛰어넘었지만 나는 오늘도 배우면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남은 일은 오늘의 나를 존재하도록 내 발을 씻겨주신 분들의 본을 받아 나도 가난한 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일이다. 약한 이웃을 찾아 섬기는 것이 곧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요 그 일이 사람답게 사는 행복의 길이라 믿는다.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