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한 장의 무게가 봄의 무게다. 그러니 꽃잎 한 장 우습게 볼 일은 아니다. 봄볕 한줌도 마찬가지다. 
이태백은 꽃잎 한 장이 날리면 봄볕이 줄어든다고 노래했다. 얼핏 들으면 과장된 표현 같지만 얼마나 깊은 사유를 담고 있는지 모른다. 그는 줄어든 한 장의 꽃잎을 보고 짧아지는 봄을 기억했던 거다. 시인의 촉수는 역시 다르다. 타인의 눈물 한 방울을 보고도 그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다. 모두가 시인이 될 필요는 없지만, 시인의 감성을 가질 필요는 있어 보이는 이유다. 아무리 겨울이 길고 추워도 때가 되면 봄이 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 또 희망의 씨앗을 밀어 올리며 현재의 고달픔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절망이 어두운 밤처럼 우리를 짓누른다 해도 아침이 온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좌절을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보라, 꽁꽁 언 동토의 땅을 뚫고 나오는 저 여린 새싹들을! 보라, 메마른 가지마다 매화와 목련과 산수유가 일제히 꽃등(花燈)을 밝히며 세상을 환하게 빛내고 있는 모습을! 

아무리 그래도 봄철에는 역시 이백의 시 한 줄이 있어야 제 맛. ‘산에 핀 꽃이 나를 보고 웃으니(山花向我笑)/ 술잔을 기울이기에 딱 좋은 때인 것을(正好㘅盃時)’ 아, 술안주는 필요 없다. 꽃향기와 그대 향기가 있으니. 당신이 할 일은 그저 봄의 향기에 취하면 될 일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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