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재판관 - 광양경제

날이면 날마다 생존경쟁에 시달리던 밀림의 모든 동물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해 줄 재판관을 선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자기들 가운데 적임자 한 명을 뽑으려고 하니 쉽지 않았다. 그들은 아주 지혜롭다고 소문난 코끼리에게 재판관이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코끼리는 “난 마음이 너무 여려서 아무리 나쁜 짓을 저질러도 제대로 벌을 내릴 수가 없을 것 같아.”하며 사양을 했다.

다음으로 동물들은 사자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사자도 변명하며 거절을 했다.

“난 사실 머리가 모자라서 내 일도 뭐가 옳고 그른지 분별을 못 해.”

그리하여 동물들은 공부를 많이 한 부엉이한테 부탁했다. 그러나 부엉이도 “난 매사를 너무 많이 깊게만 생각해요.”라며 거절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때다 싶어 승냥이가 좌중 앞으로 쑥 나서며 말했다.

“나야말로 여러분들이 바라는 재판관의 적격자요. 난 마음이 너무 여리지도 않고 힘만 세지도 않으며 너무 깊게 생각하지도 않소. 물론 난 돌봐야 할 가족도 많고 가난하지만 공공복지를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내 열망은 내 일신의 이익을 구하려는 마음보다 훨씬 강렬합니다.”

다른 후보자가 없으므로 모여 있던 동물들은 승냥이를 재판관으로 삼기로 했다. 그러나 승냥이는 일단 그 자리를 맡고 나서 그저 명예만을 챙기기에 바빴다. 그리하여 동물들은 좀 더 열정적으로 그야말로 자신보다는 동물들을 위하는 직무에 임할 재판관을 찾아보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자격이 있다 싶은 동물들은 하나같이 사양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의 일에 이래라저래라하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원숭이만이 그 자리를 승냥이 대신 맡겠다고 나섰다. 동물들도 ‘설마 승냥이보다야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원숭이를 재판관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원숭이의 판결이 짓궂어 사태는 금세 승냥이 때 보다 더 나빠졌다. 동물들은 원숭이를 퇴임시키고 다시 승냥이를 그 자리에 앉혔다.

이후로 동물들은 원숭이에게 못 견디면 승냥이를, 승냥이에게 못 견디면 원숭이를 못 살겠다 싶은 마음이 새로워질 때마다 번갈아 재판관 자리에 앉혔다.

이 우화는 로버트 질러의 {파라독스 이솝 우화} 중에서 나온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선거철만 되면 생각난다. 어쩌면 그렇게 우리 사람들의 정치판과 비슷한지 생각만 해도 쓴웃음이 나온다.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각 의원을 꿈꾸는 정치 지도자 가운데 명예만을 챙기는 승냥이는 없는지, 또한 일만 벌이고 소리만 요란한 원숭이는 없는지 두 눈을 크게 뜨고 보자. 그리고 우리 주변에 충분한 자격이 있으면서도 나서지 않고 사양하며 방관하거나, 자격과 능력이 없는 승냥이와 원숭이에게 기회를 줘서 서로 번갈아 가면서 재판관을 해 먹게 하고 있는 풍토는 아닌지도 한 번 더 살펴보자.

원불교의 정산 송규 종사는 법어 국운편 25장에서 “머리가 어지러우면 끝이 따라서 어지럽고 머리가 바르면 끝이 따라서 바르나니, 그러므로 일체의 책임이 다 지도자에게 있나니라.”고 하였고, 공도편 62장에서는 “지도자의 처사에 네 가지 요령이 있나니, 첫째는 법규에 탈선됨이 없고 친소에 편착함이 없이 공평 정직하게 처사함이요, 둘째는 소아(小我)를 놓고 전체를 살피며 근(近)에 얽매이지 않고 원(遠)을 관찰하여 대국적으로 처사함이요, 셋째는 인정과 의리에 바탕하여 화기롭고 유여하게 처사함이요, 넷째는 회계가 분명하고 시종이 한결같이 명백하게 처사함이니라.”고 하여 지도자의 중요성과 지도자가 지켜야 할 처사에 대해 밝혀주었다.

다가오는 3월 9일은 우리 나라의 장래와 우리들 삶에 깊은 영향을 줄 20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선거이기에 위 지도자의 처사 네 가지 요령에 비추어 미리미리 꼼꼼히 살피고 또 살펴서 승냥이와 원숭이 같은 무리들이 우리들의 정치 지도자가 되지 않도록 소중한 한 표를 꼭 행사하자.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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