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를 당한 나무를 보면서 혼자 생각한다. 나도 한때는 저렇게 단단하고 여물었던 왕년의 한 시절이 있었다고. 추억은 항상 왕년을 끌고 나오게 마련. 왕년에 나는 아주 잘 나갔다고 그렇게 허풍을 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다. 하긴 그런 왕년이 없다면 인생은 또 얼마나 쓸쓸해지겠는가.

그래서 사내들끼리는 서로의 왕년에 대해서는 눈감아 주는 것이다. ‘왕년에 내 인기는 식을 줄 몰랐노라고.’ ‘왕년에 동네 모든 아가씨들이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노라고.’ 그런 사내가 없는 것은 아니나 대부분 뻥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뻥에도 질이 있다. 그런 뻥은 안줏감으로 딱이다.

다만 말도 되지 않는 뻥들이 문제다. 대선을 앞두고 여기저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뻥들이 난무하고 있다. 불쾌한 뻥이다. 아니 뻥의 수준을 넘어 모든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다고 해도 해도 과언은 아닐 뻥들이 쏟아지고 있다. 나는 가지치기 당한 나무를 보면서 남은 인생은 절대 무르게 살지 않겠다고 또 뻥(?)을 치고 만다.

누군가 말하기를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했다. 좋은 나무는 일찍이 베어져 여기저기 난도질을 당하며 어디론가 팔려간다. 어떤 나무는 대들보가 되기도 하고 어떤 나무는 한권의 책이 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나무는 뒤를 닦는 화장지가 되기도 한다. 그게 나무의 숙명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누군가의 뒤나 닦아주는 화장지(?)는 아닐까, 생각을 하다가도 그래도 그렇게 쓰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것 아니냐고 자가 셀프 위로를 한다.

어느 스님이 말하기를 세상의 모든 경전(經典)은 ‘걸레’라고 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더러운 마음을 닦아주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도 이왕이면 폼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다짐하지만, 세상이 어디 내 마음대로 되던가. 하긴 마음대로 된다면 그 역시 재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다시 이런 글로 뻥을 친다. 나무가 나를 나무(?)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쨌거나 모든 나무들이 일제히 부활한다는 3월이 시작됐다. 3월9일이 지나면 뻥치는 소리도 잠잠해 질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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