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타임머신강향림 작가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2.02.15 18:10
  • 댓글 1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집안 곳곳에 잔흔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핸드폰 알림에 뜬 SNS 계정으로 들어갔다. 화면이 뜨자마자 대문 사진이 보였다. 여러 폴더 중 ‘내 일기장’과 ‘내 스토리’가 눈에 들어왔다. 제목 란에 지렁이 기어가는 듯한 물결(~) 기호가 연이어 네 줄이나 보였다.

맨 윗글을 클릭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야기였다. 시간이 지났으나 단어 하나하나에 기억의 고리가 연결됐다. 덩달아 내 입꼬리가 상승했다. 나 혼자 키득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을까. 제 방 침대에 누운 둘째 아이가 관심을 보였다. 거실에 있던 큰아이도 내 옆으로 왔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2009년 삼월 첫 토요일이었다. 아이들은 8살, 7살이었다. 애들에게 건강식품 홍이장군을 먹인 나는 몸이 피곤해 침대로 갔다. 누운 순간 파고드는 엉덩이 통증에 악 소리가 났다. 움직일 때마다 허리부터 엉덩이까지 통증이 밀려들었다.

안 되겠다 싶어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간신히 발을 딛고 호흡을 골랐다.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허리를 쭉 펴보았다. 나중에는 무릎부터 허벅지를 짚어가며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일어났다. 걸음을 떼는데 두 다리에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았다. 큰애를 다급히 불렀다. 덩달아 작은애도 나타났다.

“베란다에 등산지팡이 좀 갖다 줄래?”
나는 큰아이가 건네준 지팡이에 지탱하며 한쪽 발을 움직였다. 
“엄마, 다리 아파요? 관절염이에요?”
“아니, 허리랑 엉덩이가 쑤시고 아파!”

나는 작은아이에게 손을 잡아 달라며 거실로 나왔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강한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내 모습에 두 아이는 어쩔 줄 몰랐다. 나는 안방에서 욕실까지 짧은 거리를 아들들 도움을 받아 이동했다. 욕실 문을 닫으려는데 아이들끼리 나눈 말소리가 들렸다.

“어쩌지, 엄마가 죽으려나 봐.” 
큰애 목소리가 들렸다. 내 큰아들이 틀림없었다.
“괜찮아. 아빠가 있잖아.”
둘째 아이의 혀짧은 목소리였다. 그래, 저 녀석은 그냥 막내인 거다.
“아니야, 아빠는 ‘테일즈런너’ 게임 아이디랑 비번 모르잖아.”

저런, 믿었던 큰아드님의 반전이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어이없음과 간헐적인 통증이 교차했다. 그래도 8살, 7살 어린 녀석들의 마음이라 여기니 그 와중에도 웃겼다. 웃다가 몸이 들썩여지자 이어지는 통증에 눈물이 찔끔 났다. 웃음과 눈물은 둘이 아닌 하나였다. 그 뒤로도 애들 진심이 나일까 테일즈런너 게임일까는 확인되지 않았다. 진실이 뭐가 대수인가. 내가 애들에게 그만큼 필요한 사람이면 되는 거지.

두 녀석도 그때가 생각나는지 키득댔다. 우리는 ‘떨~어~진~다.’라는 테일즈런너 스타트 멘트를 동시에 외치며 한바탕 웃었다. 두 아이는 어느덧 여드름이 돋고 거뭇하게 수염도 난 청소년이 되었다. 이젠 내 키를 훌쩍 넘어선 녀석들이다. 핸드폰 속 ‘과거로 시간 여행’은 사춘기 아들들과 불혹의 엄마를 결속시킨다.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양경제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