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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과 민원사이 ⋯ 행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먼저 간 아들 옆에 가는 날이 문 닫는 날이죠”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2.01.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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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중복도로 주차장에 오래되고 허름한 포장마차가 시민들의 민원제기로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놓였다.
어묵과 삶은 계란, 인스턴트 커피 등 주전부리를 파는, 일명 ‘할매카페’라고도 부르는 이 포장마차는 낡은 트럭을 개조해 만든 것으로 백발이 성성한 장기범(88)·김정순(82) 부부가 20여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야산을 찾는 이들에게 레트로 감성을 선물하고 볼거리를 주던 곳이다.
아흔을 바라보는 고령에 요즘 부쩍 건강이 나빠진 할아버지가 포장마차 일을 도울 수 없어 할머니 혼자 근근이 문을 열고 있다. 
할머니에게는 아픈 사연이 있다.
먼저 간 아들대신 정성껏 기른 손주가 서른 살도 살아내지 못하고 작년에 갑자기 세상을 버렸다. 할머니의 이 딱한 사정을 사람들은 알 리가 없다. 
공원녹지과에 자주 접수되는 민원으로 인해 행정은 노부부에게 포장마차를 철수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먼저 간 아들 옆에 가는 날이 카페 문 닫는 날’이라던 할머니는 이제 손주마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괴롭고 힘든 상실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어릴 적부터 금지옥엽 키운 손자가 보고 싶어 울화병이 나서 집에 있을 수가 없으니 어떻게든 1년만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노부부는 노점상이 불법인 줄 알지만 쫓아내지 않고 장사 하게 해준 광양시에 대한 고마움으로 매일 아침저녁 포장마차 주변 공원을 돌며 쓸고 쓰레기를 치워오곤 했다. 
당연히 노점상은 불법이다. 옥룡 솔밭 앞과 휴양림으로 가는 삼거리 포장마차도 철수 했는지 흔적이 없다.  
추운 겨울, 온정이 필요한 때... 민원과 온정사이에서 행정은 어떤 조치를 취하게 될지 궁금하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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