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성탄에서 희망의 새해로의 진화

人生如江, 인생이 강물처럼 흘러간다. 어느새 올해도 막바지인 12월 중순이다. 이 해의 월말을 열두 번째 맞는 12월은 성탄절을 지나서 한해를 마감한다. 시작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끝맺음이 중요하다는 논리도 있다. 어느 편이 맞느냐? 어느 한 편에 서서 논쟁으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두 논리가 모두 맞는 말이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맺음을 잘해야 하고, 끝맺음을 잘하려면 알찬 시작을 제대로 잘해야 한다. 시작과 끝맺음은 새의 두 날개와 같다. 두 날개가 있어야 새는 높이 날 수 있다. 한 편만을 고집하는 논리보다는 양자를 통합하는 변증법적 진화가 바람직한 결과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 진화생물학자인 제이 굴드는 “다윈이 말한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라고 못 박았다. 진화는 우월해지려는 노력이 아니라 더 풍부해지고 다양해지려는 생명체들의 시도다. 진화는 모두가 똑같아지는 통일성이 아니라, 각 개체가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각자의 목소리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창조적 예술이다. 큰 것만이 좋다는 대형화의 추구가 아니라 작은 것의 존재와 아름다움을 찾는 새로운 가치의 발견이다. 대량생산, 소비 지향의 자본주의적 경쟁의식이 아니라 작아 보이지만 하나의 귀중한 문화를 보존하기 위하여 일생을 거는 역사 철학이 있다. 하여 다양성의 가치를 찾는 문화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을 발휘할 때다.

하나를 작다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 없이는 열도 백도 만들 수 없는 절대 조건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하나로부터 시작한다는 진리를 망각하고 살아온 자신을 발견하며 놀란다. 인류를 구원하는 종교도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나 하나 꽃피어 꽃밭이 되겠느냐고 말하지 말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꽃밭이 되는 것 아닌가. 한 자루의 촛불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고, 한 개의 별이 바다에서 배를 인도할 수 있고, 한 지성인(智性人)의 헌신적 삶이 세상의 변화를 가져다준다.

세상을 떠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는 인도의 성녀 테레사 수녀가 노벨상 수상 자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말이다. “사랑은 누구에게 보이는 일이 아니라 허리 숙여 다른 사람의 상처와 눈물을 닦아주는 일입니다. 나의 관심은 많은 사람들에 대한 봉사가 아니라 고통 받는 한 사람을 위한 일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일도 있겠지만 우선 작은 자 하나에게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진리를 지키는 일이다. 정직한 공직자 한 사람 있으면 그 사회는 밝아올 것이다. 나 하나로는 작고 약하지만 나 하나만이라도 맡은 작은 일을 소중히 여기면 그 사소한 일에서 역사의 진화는 새롭게 출발할 것이다.

한해의 끝인 12월에는 누구나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고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 세상은 온통 기후 위기를 비롯한 환경파괴, 지구촌의 혼란, 코로나19의 델타 변이로부터 오미크론 변이가 생겨 세계적으로 죽음과의 싸움 이야기뿐이다. 탐욕으로 가득한 세상의 끝은 어디일까? 미래는 불투명하고 깜깜하다. 그러나 우리는 한해의 끝인 12월에 희망의 새 역사를 준비한다. 12월의 끝은 새로운 시작의 알림이다. 그래서일까. 연말에 예수님은 탄생했고, 그는 작은 자, 약자들의 이웃이 되어 함께 고난의 길을 걸으며 희망을 보여줬다. 연말(끝)은 새로운 시작의 전환점이다. 끝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여 희망의 옥동자를 낳는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오늘에 감사하는 삶을 선택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 인간을 사랑하는 일이요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머리와 입으로만 하는 사랑은 향기가 없다. 참다운 삶이란 욕구를 충족시키는 자기만족의 삶이 아니라 자기희생과 비움을 통한 의미와 가치를 채우는 공생의 삶이어야 한다. 의미와 가치를 채우지 않으면 삶은 빈 껍질이다. 한 알의 밀이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진리를 사색하며 스스로를 성찰하고 허기진 내면을 새롭게 채우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보내면서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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