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한 아파트 숲엔 쓸쓸함만 남았다. 사람 흔적 없는 어느 일층 집 베란다 밑에 길 고양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누군가 밥을 챙겨주러 오는지 스텐레스 식기에 먹다남긴 사료가 담겨있다.
얼마나 방치해둔걸까. 번호판이 사라진 승합차는 녹이 슬고 빛이 바랜채 붙박이처럼 자리를 지키고 서있다.
온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정리되지 않은 쓰레기들만이 얼마전까지 이곳에 사람들이 살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사람도 생로병사가 있듯 세상 모든 사물도 그렇다. 신혼의 단꿈을 꾸었을 누군가의 보금자리, 쇠약한 몸 서로 의지하며 알콩달콩 살았을 노부부, 놀이터에 놀러간 어린아이들을 어서 들어오라고 이르고 저녁을 준비하며 일터로 나간 가장을 기다리던 가정들, 이런저런 사정으로 자식들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혼자 외롭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르신들,
홀로 손자ㆍ손녀를 키우며 버거운 삶을 견뎌냈을 할머니... 
그렇게 모여서 온기를 나누던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뚝딱뚝딱 금방 금방 재빠르게 만들어지는 고층아파트가 여기 이 자리에  ‘재개발’ 이라는 이름으로 ‘메이커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한다.
쇠락한 옛집의 모습은 또 하나의 추억이 되어 역사속으로 사라져간다.
텅빈 아파트 주차장 사이로 등 굽은 어르신이 보행보조기에 몸을 의지한 채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
사람도 사물도 모두 한 생애를 살다 이렇게 사라져간다.
머지않아 이곳은 세련되고 번화한 모습으로 나타나 작은 도심의 풍경을 바꿔줄것이다.
하지만 쇠락한 그 집에서도, 최신식 쾌적한 새 집에서도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바로 ‘행복한 삶’이다.
세밑, 쓸쓸한 빈집 사이를 걸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꼬리를 늘어놓아 보았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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