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를 공부하다 보면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리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어떤 문제를 비유하고자 하는 데 마땅한 비유가 생각나지 않아 한 숨을 쉬고 있을 때, 사자성어는 그 한숨을 단번에 거들어 주기도 한다. 요즘처럼 모든 게 답답할 때는 동공이곡(同工異曲) 이라는 고사가 그 답답한 마음을 조금 위로해 주는 것을 느낀다.

같은 악공끼리도 곡조를 달리한다는 뜻인데 알고 보면  처리하는 방법은 같아도 그 결과에서는 차이가 난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오늘날에는 ‘표현은 달라도 내용은 같다’ 라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사실 겉만 다를 뿐 내용이 똑같은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검사와 판사와 변호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 같은 선후배사이다 보니 서로 유리한대로 재판을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보니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불신이 가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흔히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비불외곡(臂不外曲)도 같은 선상에 있는 말이다. ‘가재는 게 편’이라든지 ‘우리가 남이가’ 하는 것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속담이 여전히 우리 현실을 담보하고 있는 한, 우리 사회의 정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인간 자체가 원래 그런 존재이기는 하지만, 의롭지 못한 자들에게 권력을 쥐어주게 되는 순간 세상은 아수라장이 되는 것이다. 지금 정치판과 사법부가 그런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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