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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광양을 걷다 -24 옥곡면 주변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1.09.1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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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순천과 하동을 가려면 꼭 거쳐야 했던 곳 ‘옥곡’
시장은 눈·비도 피할 수 있는 편리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차부’ 라고 불리던 옥곡정류소는 현대식 편의점으로 바뀌고...
역사(歷史)속으로 사라진 옥곡역은 아련한 추억의 곳간으로 

 

지난 14일, 옥곡 5일장은 심술궂은 태풍 ‘찬투’의 영향으로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추석대목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옥곡면사무소는 이장들과 함께 작은 선물을 나눠주며 재래시장을 찾아 온 시민들을 반겼다. 
대파, 양파, 쪽파, 호박잎, 대추, 밤 등 직접 농사지은 푸성귀와 과일 등을 이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선 우리네 어머니들의 얼굴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아마도 몹쓸 재앙 같은 ‘코로나19’로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손주들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상실감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이러니 어쩔것인가, 보고 싶어도 참아야제, 오라는 말도 못하고 가라는 말도 못하고, 참나, 이런 세월이 언제 끝날지 모르겄네”
푸성귀를 정리하는 한 어머니의 주름 잡힌 쭈글한 손등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길이 뻥뻥 뚫려서 어디에나 막힘없이 갈 수 있는 지금처럼 도로사정이 좋지 않았던 옛날에는
광양, 순천, 망덕. 하동, 진주 등을 가기 위해서는 옥곡을 꼭 거쳐 가야 했다.
‘차부’라고 불리던 ‘옥곡정류소’에서 사람들은 차표를 사고, 차를 타고 내리곤 했다.
방학을 맞아 망덕에 있는 외가를 가기 위해 순천에서 버스를 탔던 어린 중학생 소녀 둘은 옥
곡에서 미처 내리지 못하고 낯선 하동까지 가고 말았던 그 일을 오십 중반이 된 지금도 기억
이 생생하다고 한다. 
지금은 현대식 편의점으로 바뀐 ‘차부’를 운영하며 4남매를 훌륭히 키워 낸 강정임 여사는 어
느 새 여든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됐다.  
어느 장소나 그렇듯 한때 많은 사람들로 붐볐던 옥곡면 소재지는 예전만큼 사람들의 발길은 줄었지만 정갈하고 조용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았다.
여름의 뙤약볕과 겨울 추위에 떨던 흑백사진 같은 옥곡 5일장의 정겨운 모습은 더위와 추위, 비와 눈, 바람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하고 쾌적한 곳으로 탈바꿈했다.
경전선이 지나던 옥곡역은 진주~광양 간 복선 구간이 새로 개통되면서 폐역 되고 이젠 역사(驛舍)만 남아 사람들의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  
알록달록 벽화가 그려진 명주마을 골목과 옥곡천도 잘 정돈돼 있어 걷기에 좋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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