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위트릴로라는 화가에 대해 일반인들은 다소 생소할 수 있겠지만 그림에 조금이라도 조예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두 번쯤 들어봤을 이름입니다.

놀라운 점은 심한 알콜 중독자였던 그가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이 없는데도 200점의 명작을 남겼다는 사실이죠.

그런데 그의 출생배경을 살펴보면 그의 몸에 이미 화가의 DNA를 받고 태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바로 화가였던 수잔 발라동(본명은 클레멘타인)이랍니다.

발라동 역시 어깨너머로 그림을 배웠지만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화가 로트레크가 그녀를 이끌어 주었던 것이지요. 한 때 서커스 곡예사였던 그녀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어 화가들의 누드 모델이 되는 직업을 택했다고 합니다. 당시 발라동과 연인관계를 맺은 화가들 중에 유명한 르누아르, 로트레크 등이 있었지요.

아, 뛰어난 음악가인 에릭사티도 있었고요. 사람들은 흔히 위트릴로를 사생아라고 부르고 있지만, 아마 당시 유명한 화가들 중 누군가의 자식이 아닐까 추측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그림을 배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명작을 남겼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주지 싶습니다.

사실 어머니 발라동은 생활이 어려워 어린 위트릴로를 할머니 집으로 보내고 말지요. 평범하지 않은 성질을 가지고 태어난 위트릴로는 할머니를 많이 힘들게 했다고 하네요. 이를 보다 못한 어머니 발라동은 아들에게 물감을 사다 주면서 취미로 그림을 그려보라고 충고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붓을 든 지 불과 4년 만에 1200점이 넘는 그림을 그렸고 그 중 다수의 명작을 남겼는데 실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는 평생 알콜 중독과 정신병을 오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에서 주는 레지옹 드뇌르 훈장까지 받아 국가적인 영웅이 되었지요. 우리나라 같았으면 어림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의 풍경화 <눈 내린 아틀리에 극장>를 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모르게 쓸쓸함이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그가 걸어온 삶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그림에는 수시로 어두운 색조의 옷을 걸친 사람들과 그림자가 등장하는데, 바로 자신의 처지와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그림에 담았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역시 과도한 결핍은 사람을 천재로 만들거나 아니며 바보로 만들기도 하는데, 다행히 위트릴로는 예술로 잘 승화시켰네요.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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