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예상 외로 길어짐에 따라 스트레스도 가중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가까운 공원이나 뒷산을 산책하면서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심리적 공간이 넓은 사람은 정서적인 반응도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힘이 두 배로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쉽게 흥분하거나 폭발하지 않는다는 것. 탁 트인 자연과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 정서적으로 훨씬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도 다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처지다. 공간의 넓이에 따라 마음의 크기가 비례한다면? 그렇다면 현대인들의 심리적인 공간이 얼마나 좁을지 금방 계산이 나온다. 현대인들이 예민하고 불안하고  짜증지수가 높은 이유인지 모르겠다.

조금 현학적으로 말한다면 모더니티(현대성)는 심리적 공간의 축소과정에 다름이 아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다. 아무리 마음공부를 많이 한 사람도 어쩔 수 없다. 시간을 내기 힘들 때는 점심시간을 이용해서라도 산책을 즐겨야 하다. 

산책이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참으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산책(散策)은 말 그대로 ‘흩어진 생각을 하나로 모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책(策)이라는 한자가 ‘꾀(생각)’‘지팡이’‘책(冊)’이라는 뜻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지팡이 하나 손에 들고 걸으면서 산만해진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것, 그게 바로 산책인 것이다. 
지난23일, 가까운 지인 부부와 백운산수련원 둘레길을 산책했다.

하루가 다르게 찐한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숲속의 정경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 오월의 바람소리와 아름다운 산새소리 등 그것들을 어떻게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겠는가. 역시 약보(藥補)보다는 식보(食補)가 식보 보다는 산보(散步) 최고의 보약이 아닐까 싶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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