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한다. ‘사바세계’가 무슨 뜻인가? 참고 견디어 나가는 세상이란 뜻이다. 참고 견디면서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거기에 삶의 묘미가 있다. 모든 것이 우리 뜻대로 된다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게 되면 삶의 묘미는 사라진다”.... - 법정스님 법문 ‘가난한 삶’ 중에서‘-

서천변 마산교에 연등이 줄줄이 걸렸다. 다리를 건너면 대한불교 조계종 삼광사가 있다.
다리가 마치 사바세계와 극락을 이어주는 것 같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들에게 자비와 광명이 함께하길 염원하며 마을 뒤 작은 사찰에서 내건 모양이다.
굽은 허리와 불편한 다리로 마을을 향해 다리를 건너가는 한 노인의 뒷모습에서 삶의 무게가 읽혀진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 없듯 노인의 지나온 삶에도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가 들어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없는 것에 집착할 때 비로소 사람들의 불행은 시작된다. 광활한 우주에서 한 점의 먼지처럼 보잘것없는 존재일 뿐인 인간들의 삶은 길어야 고작 100년도 되지 않는다. 사바세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결은 다름 아닌 ‘비우고 또 비우는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마을 뒤 작은 절 마당에서 잠시 사색에 잠긴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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