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필순 국민톡톡TV 논설위원

조선 시대에 광양으로 유배 온 인물은 32명이다. 이 중 벼슬이 가장 높은 분은 이조참판을 지낸 갈암(葛庵) 이현일(李玄逸:1627~1704) 선생님이다. 葛庵 선생님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조선 중기 문신이자 서예가이다. 

대사헌, 吏曹參判을 지내고 1694년 숙종20년 갑술환국으로 함경도 홍원에 유배되었다가 1697년 5월 70세에 광양 옥룡으로 유배 왔다. 10개월 후 전염병이 돌아 1698년 3월 다압면 외압으로 옮겼다가 8개월 후 유배에 풀려 고향으로 돌아갔다.

갈암 유배지 옥룡면 옥동마을 뜰은 현재에도 ‘갈암 뜰’로 불리고, 선생님이 사용했다는 우물 ‘갈암정(葛庵井)’이 남아있다. 갈암 선생님이 광양 유배 중 쓴 대표 글은 ‘조대중(曺大中:1549-1590)행장‘이다. ‘조대중 행장’은 조선 선조 1589년 기축옥사(己丑獄事)때 송강 정철에게 죽임을 당한 ‘조대중‘ 행적 기록이다. ‘희양문헌집‘에도 선생님시 5수가 전해지고 있다. 추석날 옥룡사에서 쓴 7언절구 “8월15일야숙옥룡사(八月十五日夜宿玉龍寺)”에서 선생님의 심정과 당시 옥룡사를 본다. 불민(不敏)함 알지만 선생님의 글을 의역해 본다. 

<八月十五日夜宿玉龍寺>  葛庵 李玄逸
曦陽 縣北 玉龍寺 道是 銑師 昔創開 淲淲 巖泉 循砌響 森森 竹樹 繞山裁

耽看 佛畵 窮織巧 賸喜 禪房 絶點埃 朔雪 炎風 多小苦 盪胸 今日 思難裁
<추석날 밤 옥룡사에서> 
                   이현일 

作. 박필순 의역(意譯)
광양 백운산 아래 
‘도선 선사’ 창건한 ‘옥룡사’에 와보니  
대나무와 울창한 동백 숲 백계산이 감싸 안고 
암반수 힘차게 솟아 흐르네
점 같은 날 모여 삶 되는 이치  
선방의 부처님 그림, 점을 찍어 그렸구나
뜨거운 여름과 거친 눈보라 같은 고난 
추석날, 귀양살이 밤은 길기만 하네.

이현일 선생님의 시를 음미하고 있노라면 마음까지 청결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만큼 고매하고 맑은 정신으로 살아오셨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시대는 달라도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는 같은가 보다. 

나이 들면 다 인생이 쓸쓸하게 마련, 떨어지는 꽃잎 한 장, 창문을 흔드는 바람소리 하나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 훌륭하신 선조들이 우리 광양 땅을 밟았다는 것과 이렇게 멋진 글을 남겼다는 자체가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정신 유산임을 발견하게 된다. 바라기는 그분들의 가치가 좀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淲 물흐를 모양 표. 砌 섬돌체. 繞 두룰요. 耽 즐길탐. 
賸 남을 승, 남을 잉, 埃티끌애 盪씻을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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