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브뢰겔은 다소 낯선 이름이기는 하지만 네덜란드 사람으로 풍속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화가랍니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도 그의 그림을 보여주면 ‘아 이 그림‘ 하면서 금방 알아보지요. 그는 농민들의 일상을 사실과 해학을 섞어 묘사하는 탁월함을 보여주는 화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풍속화만 그린 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림을 통해 당시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는 일종의 참여 예술인의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농민들의 삶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렸고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사실주의 화가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늘 어두운 그림만 그린 것은 아니었지요. 해학과 풍자를 섞어 어둡고 아픈 부분을 살짝 승화시키는 센스도 발휘했다는 겁니다. 그

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시골의 결혼잔치>를 보면 과연 풍속화의 원조라 불릴 만하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림 속을 유심히 살펴보면 당시 네덜란드 농민의 모습을 한 눈에 파악할 수도 있지요. 중앙에 앉아 있는 신부 머리 위에 쇠스랑이 걸려 있는데, 이는 당시 신부의 명예를 암시하는 상징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림의 전체 배경은 16세기 브라반트 지방의 풍속 장면이고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무리 봐도 신랑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신랑은 당시 풍속에 따라 신부 가족의 시중을 열심히 들고 있답니다. 하객들은 백파이프 연주로 흥에 겨웠으며, 모처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먹는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눈물겹게 만드는 장면이죠.

당시 네덜란드 농민들은 유달리 식탐이 강해 결혼식을 한번 치르고 나면 기둥뿌리가 뽑힐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1546년 신성로마제국 황제는 결혼식에 참석 하는 손님의 숫자를 20명이 넘지 못하도록 칙령까지 내렸다니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갈 것입니다. 두 사내가 떼어낸 문짝에 음식을 실어 나르고 있는 모습도 보이네요.  그림 전체 분위기는 당시 가난한 농민들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전달하는 화가의 따뜻한 마음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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