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무상망은 세한도를 그린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시절 자신을 잊지 않고 수시로 좋은 책을 보내준 이상적과 우정을 다짐하며 세한도에 낙관으로 찍어 보내준 글이다. 서로 영원히 잊지 말자는 뜻이다. 이런 낙관을 쓰는 게 흔하지 않는데, 까마득한 후배 격인 이상적을 잊고 싶지 않은 김정희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예나 지금이나 우정은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힘이 있다. 요즘은 사람들이 워낙 약아서 실리에 따라 쉽게 배신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변을 돌아보면 아름다운 우정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로 살아온 김정희가 하루아침에 유배생활을 하게 됐으니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웠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해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덕분에 세한도라는 국보를 남겼으니, 인생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세한도에 얽힌 이야기는 워낙 많이 회자 되어서 그 배경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언젠가 모두 그렇게 헤어지게 되는 법이다. 제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은 세월을 역류할 수는 없다.

물론 과학의 힘을 빌려 지체할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붙들어 둘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과의 관계를 나누는 데 있어 마음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살다 가는 게 최고다. 그게 바로 장무상망의 길이기도 하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