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한국교회가 오히려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어쩌자고 이런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프다. 이제 교회는 더 이상 ‘빛’이 아닌 ‘빚(짐)’으로 전락이 되어가고 있다. 누구책임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책임이 목사들에게 있다고 본다.

소위 하느님으로부터 기름부음을 받았다는 그들은 그동안 복음을 교묘하게 긍정적인 축복으로 둔갑시켜 성도들을 홀리게 만들었다. 성도들은 예수만 믿으면 축복을 받는다고 확신했다. 이 긍정복음은 지금도 여전히 큰 설득력을 가지며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목사들은 자본주의가 좋아할 만한 성서구절들을 인용해 성도들을 세뇌시켜왔다. “할 수 있거든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能)치 못할 일이 없다(마가복음9장23절)” 는 성서 말씀 등을 절묘하게 자본주의와 연결시켜 물질적 욕구를 합당화시키는 도구로 이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본인들은 하느님께서 직접 기름을 부어 세운 자들이기 때문에 성도들이 감히 도전해서도 안 된다고 가르쳤다. 칼 마르크스가 종교를 아편에 비유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몇몇 선각자들이 성장 중심으로 치닫는 한국교회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지만, 교회는 아예 귀를 막고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교회는 비만을 마치 성장인 것처럼 착각하며 세를 불려왔다.

그러나 너무 몸집이 커진 탓일까? 교회는 서서히 영적인 동맥경화증에 걸리며 온갖 병적이 징후를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전에도 각종 매체에서  교회 세습주의를 비롯해 여러 가지 병폐를 지적했지만 교회는 오히려 화를 내며 자기  변호에 급급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교회의 민낯을 낱낱이 까발리고 있다.

2000년 전, 청년 예수는 이렇게 경고했다. “너희들이 바른 소리를 내지 않으면 돌들이 소리를 지를 것”이라고. 참 무서운 말이다. 하지만 당시 성직자들 역시 예수의 말을 무시했으며 오히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는데 앞장섰다. 예수를 그냥 두었다가는 교회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참 아이러니하지만 지금 역시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종교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권위주의와 손을 잡는 것인데, 그렇게 하는 순간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권위는 오랜 시간을 거쳐 쌓아온 것이기 때문에 허물기도 쉽지 않다. 중세시대 마녀사냥이 합법화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마녀사냥 자체가 하느님의 뜻인데, 감히 누가 신의 권위를 거역하겠는가. 거역하는 그 자체가 이미 불경죄를 짓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 권위에 도전한다는 것은 곧 목숨을 내어 놓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역사의 변곡점마다 그런 권위에 불복한 사람들이 있어 온 덕분에 사회는 진보할 수 있었고, 사람들은 권위에서 부분적으로 해방될 수 있었다. 그 중에 루터의 종교개혁도 있다. 

물론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것은 당시 주교들의 비인간적인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권위주의는 운명론과 체념주의에 쉽게 빠져들게 만드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을 신의 뜻으로 돌리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권위주의는 그런 틈새를 기가 막히게 파고든다. 일단 사회가 부여한(그게 관습적이든 종교적이든)권위만 받게 되면 사람을 통제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운 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권위주의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가 바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하는 자들이다.

과학자 겸 정치가였던 벤저민 프랭클린과 관계된 일화다. 그가 피뢰침을 발명했을 때, 미국의 성직자들은 대노했다. 왜냐하면 그건 신의 뜻을 무력화시키는 불경죄라고 봤기 때문이다. 벼락은 하느님께서 죄인들을 징벌하는 도구인데 그것을 막았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웃음이 터져 나오겠지만 그 당시에는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하는 것은 내 속에 잠들어 있는 권위주의와 폐쇄적인 사고가 아닐까싶다. 이것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하는 것 밖에 없다. 가짜 권위는 질문 앞에서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내가 속한 공동체가 바르게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질문과 의심만이 교회를 개혁할 수 있으며 또한 타락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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