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느긋한 휴일 저녁을 보내고 있던 지난 일요일,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람이 떴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 문자를 확인한 순간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어느 스님이 보낸 문자였는데, 내용을 보니 스님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보냈다고 하기에는 참으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나는 ‘설마’하며 몇 번이고 확인을 했지만, 마음공부를 제법 많이 했다는 스님이 보낸 문자가 틀림없었다. 

스님은 지난주 기사에서 상백운암의 문제를 지적한 것에 대해 앞뒤 설명도 없이 비웃음을 흘리며 인신공격(?)부터 해댔다. 그렇게 오랫동안 절에 홀로 앉아 마음을 닦은 스님께서 그렇게 유치찬란한 문자로 인신공격을 하다니, 솔직히 충격 보다는 허탈한 웃음이 먼저 나왔다. 

특히 나를 실망시킨 것은 스님의 태도였다. 그는 본질을 보려고 하기 보다는 상백운암의 잘못을 지적했다는 그 자체에 함몰 돼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 뒤에 몇 번 더 문자를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였는데, 워낙 낯뜨겁고 수준미달이라 더 이상 공개를 하지 못하겠다.

필자는 지난주에 백운산 임도(林道) 개설이 백운산을 망쳤다는 것과 상백운암 역시 임도를 내는 바람에 자연을 심하게 훼손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자 얼마 전까지 그곳에서 정진하던 스님이 발끈 화를 낸 것이다. 적어도 내가 스님이라면, 상백운암 임도 개설을 적극적으로 말렸을 것이다. (물론 설전을 벌인 다음날 자기는 임도 개설을 반대했다고 다시 문자가 왔지만 결과가 모든 사실을 말해주는 것 아닌가.)

풀 한포기 나무한그루 잘라낸다는 것이 부처님 법도에 얼마나 어긋나는 행위인지는 그가 더 잘 알 터. 상백운암은 그 자체로 남겨 두는 게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백운암까지는 도로가 그런대로 닦여져 있기 때문에 굳이 손을 댈 필요도 없어 보였다. 정말 상백운암을 방문하고 싶은 사람은 하백운암까지 자가용을 타고 온 후 걸어가면 될 터이다. (광양시 관계자는 임도는 상백운암만 위한 게 아니라 산불 예방 등을 방지하기 위한 성격도 있다고 해명) 

오히려 고승들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수행하는 법인데,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할망정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빤히 보면서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스님의 자질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더 놀라운 것은 7억에 가까운 세금으로 사찰까지 중건했다는 것. 상백운암이 문화재 보존가치가 높아서 그랬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앞으로도 정확한 고증을 따져봐야 할 문제다. 

필자는 이번 일을 통해 소위 말하는 성직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스님께서 직접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말했다면 차라리 좋았을 것을, 온갖 방법으로 인신공격부터 해대는 모습을 볼 땐, 머리를 깎고 불공만 드린다고 해서 마음공부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 그 스님도 깨달았을 것이다.  막상 실전에 부딪쳐보니 마음을 제대로 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오히려 스님의 그런 민낯을 보자 측은지심마저 들었다. 스님은 내게 치졸하다며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신문을 끊도록 하겠다(?)고 협박문자까지 보내왔다.(이정도면 참으로 대단한 스님 아니신가!) 세상이 워낙 포장을 잘하는 시대인지라 누구나 겉포장에 속을 가능성이 농후한 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다.

나는 스님이 무차별로 날려 보낸 인신공격 문자 덕분에 무늬만 스님에 불과한 족속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만든 계기가 됐으니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연말, 스님이 보낸 인신공격 문자 덕분에 새해 맞이 액땜을 미리 한성싶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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