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마치 감쪽 같다. 또 2020년을 감쪽같이 먹어치우고 있다. 실연당한 사람이 가슴을 치든 말든 중년여인이 거울을 보며 한숨을 쉬든 말든 세월은 한끼도 거르지 않고 삶을 잘도 먹어치운다. 올해는 멀쩡했던 내 친구까지 한 명 먹어치웠는데 새해는 또 얼마나 많은 슬픔과 죽음을 먹어치울는지...

인생이란 너무 깊게 생각하면 허무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크지만  또 생각을 너무 하지 않으면 천박해지기 쉬운 법이다. 상황에 맞게 스스로 균형을  잡아가면서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답답한 하루를 살아내고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동안 밖으로만 쏠렸던 우리의 시선을 내면으로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내면으로 눈을 돌리게 되면 의외로 많은 의미를 채굴할 수 있다. 숨 한번 제대로 내 쉬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커피한잔 마시는 것까지 통제를 받고 보니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우리를 일깨워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2020년이 세월의 뒤안길로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매일 저물어 가는 저 태양도 내일이 되면 다시 찬란하게 솟아 오른 다는 것을.

한 해를 힘겹게 끌고 와 마침내 12월의  끝자락에 서 있는 사람들이여, 다시 새해를 위해 마음을 비워두자.
새해에는 또 새해의 희망이 힘차게 떠올라 그대 가는 길을 환하게 밝혀 줄 것이다. 그런 사실을 믿기 때문에 우리는 고단한 삶을 다독거리며 한 이불 속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그렇게 잠들 수 있는 것이다.      
        

   /사진 김종현 광양문화원 사무국장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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