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 상태를 모두 그림으로 나타내면 어떻게 될까? 아마 스스로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마음처럼 다양한 색채를 띠는 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알 것 같기도 하면서도 끝내 모르는 것, 그게 인간의 마음이다. 때론 성자가 거주할 때도 있고 또 때로는 폭군이 거주할 때도 있다.

아니 때로는 엄숙하고 거룩한 모습을 하다가도 돌연 음탕하고 저질스러운 여인이 마음을 가지고 놀 때도 있다. 미안하지만 이게 인간의 마음이다. 화가들은 이런 인간의 내면은 물론 신화속의 이야기를 즐겨 차용해 그림의 도구로 삼았다.

장레옹제롬의 작품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역시 그렇다. 이 작품은 수많은 남성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 얽힌 이야기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데, 지금도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는 피그말리온 효과로 유명하다. 

피그말리온은 상상 속의 여성을 직접 조각해 만들었다. 그리고 조각상에는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사랑했다. 피그말리온은 날마다 갈라테이아가 살아있는 여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을 담아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자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마음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고 그의 기도를 들어 주었다는 것.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다. 그 후에 둘이 행복하게 살았을까 하는 것이다. 아마 보통 사람들처럼 지지고 볶으며 살았을 것이다. 완벽한 사랑은 역시 관념 속에서나 가능하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런 가능성을 가지고 덤비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다. 어쩌면 지금도 숱한 여인들은 마음속에 갈라테이아를 품은 채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화가 제롬은 19세기말 프랑스에서 가장 뛰어난 아카데미풍 미술가로, 생애 마지막 25년 동안에는 조각에 전념했으며, 그가 그렸던 그림과 조각은 정교하고 서사적일 뿐만 아니라 뛰어난 관능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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