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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현 아이들이야기.
기쁨도 어려움도 나눌수록 풍요로워지는 걸아는 사람들, 그래서 자녀 양육의 고민과 지혜를 나누며 더 좋은 부모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옛 어른들이 바쁜 농사일을 하면서 동네에서 아이들을 다 같이 키웠던 그 시절처럼, 바쁜 속에서도 서로의 경험을 빌리고 공감하고 자신의 자녀에게, 그리고 주변 이웃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려는 사람들이다.
올해는 전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 그동안 함께 나눈 자녀들의 이야기를 골라 책으로 엮는 것이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 아이들이다 보니 장르를 나누자면 동화가 되겠다.
그들의 원고를 다듬는 것을 지원하고 있는데, 한번은 매우 인상적인 글을 읽었다.
아나바다 장터에 참여하는 자녀들을 지켜본 엄마의 글이었다.
돗자리를 펴고 작아진 옷가지와 장난감, 책등을 파는 삼남매가 주인공이었다. 그중 맏이인 형이 1학년 막내 동생에게 말한다.
“이제 너도 초등학생이니까 아기 때부터 갖고 놀던 텔레토비 인형 팔아! 계속 갖고 있으면 유치원생 같잖아!”
하지만 막내는 인형을 꼭 껴안는다.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자 누나인 둘째가 막내 편을 든다.
“그건 막내를 지켜주는 추억이잖아, 엄마처럼!”
그러면서 누나는 추억을 수호신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통찰력은 놀랍다. 막내의 손때 묻은 인형에는 함께한 많은 시간이 담겨 있고, 그 시간이 동생에게 소중하다는 것, 그래서 그 추억들이 수호신처럼 동생의 마음을 지켜준다는 것. 엄마가 옆에 없는 순간에는 그 추억이 엄마도 되어준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어떻게 추억을 팔겠느냐는 것이다.
돌아보니, 내게도 그런 경험이 많았다.
가족의 갑작스런 사고, 질병 등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을 때 우리 가족을 지켜준 것은 돈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동안 가족이 함께 나누었던 추억들, 공유했던 시간들이 우리를 수호하는 강한 끈이 되어 손을 잡고 시련의 산을 넘게 했다. 함께 넘다보면 아무리 높은 산도 넘을 만한 산이 되었다. 모든 게 사막처럼 고된 현실에서조차 행복을 느끼게 하고 웃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의 세 번째 동화집, [노란버스야, 안녕 2018,가문비어린이]에도 그런 이야기를 썼다. 막 여뎗 살이 되려다 사고를 당해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는 주인공은 무서웠던 순간이 떠오를 때 딸기우유를 먹는다. 평소 언니가 주인공을 위해 용돈을 털어 딸기 우유를 사주던 추억 때문이다. 가족은 앞으로도 잘 이겨나가도록 새로운 추억을 쌓기로 한다. 함께 느랭이골에 가고, 이순신대교를 넘어 묘도에 가고, 해상케이블카도 탄다.
우리 집 막내도 무서운 일을 겪고, 자꾸 그 일이 떠올라 괴로워했던 적이 있다. 그 순간에 아이는 온 가족이 제철에서 벚꽃을 보던 밤을 열심히 떠올려 이겨냈다고 했다.
추억, 그것이야말로 사람이 많이 가져야 할 재산이 아닌가 싶다.
아이도 어른도, 가족도 행복할 수 있는 열쇠, 추억!
만약 1인 가족이라면 나 자신과의 추억을 쌓는 일도 좋을 것이다.
가을이 깊어졌다. 추억 쌓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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