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자박자박 걸어오고 있다. 가을에는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쓸쓸해지는 계절이다. 해 그림자가 짧아지고 낙엽이 허공에 날리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고독해지지 않을 수 없다. 마음도 계절에 맞게 순환해야 건강한 법이다. 특히 가을에 쓸쓸함의 농도가 짙어지고 고독의 흡수율이 빠르게 마련.
 

가을이 되었는데도 마음에서 뭔가가 빠져나가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우리 인생인지 모르겠다.

세상에는 이런 허전한 마음을 붙들어 줄 수 있는 것이 많지가 않다. 누군 한잔 술로, 누군 여행으로, 누군 향 좋은 커피한잔으로 그렇게 가을을 달래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한 권의 책을 펼치는 것이 아닐까싶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은, 책이 귀한 시대에는 책 읽는 사람이 많았지만 오히려 책이 넘치는 시대에는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사람은 아무래도 넘치는 것보다 부족한 것에 더 마음이 끌리는 존재인가 보다. 자고로 독서의 부피가 곧 마음의 부피라고 했다. 프라고나르가 살았던 시대에 여성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아주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래서 화가는 책 읽는 여인을 화폭에 담았는지 모른다.

어느 여류작가는 책으로 젊은 피를 수혈할 수 있다고 고백했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그 말에 동의하게 된다. 세상에 밑줄을 긋고 싶은 순간을 종종 만나는데 좋은 책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하기는 하다. 지금 이 소녀가 어떤 종류의 책을 읽고 있는지 말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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