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칼로를 생각할 때마다 도대체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사람마다 고통의 무게는 다 다를 테지만.

그녀는 자신의 불행을 예술의 열정으로 승화시킨  화가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녀 그림을 마주한다는 게 그렇게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소위 말하는 아름다움과 너무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녀의 대표작<부러진 척추>역시 마찬가지다.

어쩌면 그녀의 작품 대부분을 외면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생래적으로 우울하고 기괴한 것은 피하고 싶은 본능이 있는 법이니까. 이 그림은 그녀가 겪은 끔찍한 사고 후의 모습을 그대로 그린 것이다.  벌거벗은 상반신에 드러난 척추는 정형외과용 코르셋으로 조여진 채 간신히 지탱돼 있다. 눈에서는 하얀 눈물이 점점이 흐른다. 

그녀는 자신의 생에 대해 “한 세기 분량의 고통이 지속됐다. 거의 이성을 잃을 정도로”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죽음을 물감 삼아 불꽃같은 삶을 태우며 55점의 자화상과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 부문에 이르면 정말 사람이 독하다는 표현 밖에 할 수 없다. 가녀린 몸으로 전 생애에 걸쳐 32번의 외과수술을 감당해야 했다고 하니 그 고통이 어떨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20대초에 20년 연상의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해 세 번 임신하고 세 번 모두 유산을 겪어야만 했던 그녀. 사랑 역시도 순탄치 못했다. 남편 디에고가 자신의 여동생과 바람을 피우는 것을 목격해야만 했고 이 상처는 곧바로 이혼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은 그녀의 날개를 꺾지 못했다. 

그녀는 현실참여도 적극적이었다. 열세 살 때 멕시코의 청년 공산당에 입당해 활동했다. 이때 형성된 정치적 신념은 그녀가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 사실 프리다의 고통은 여섯 살 무렵에 시작됐다. 이때부터 척추성 소아마비를 앓기 시작했고 9달 동안이나 병상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소아마비의 후유증으로 오른쪽 다리가 더디게 자라났다. 병약한 이 다리는 건강한 왼쪽 다리와는 달리 가늘고 쇠약해져 갔다. 그리고 대형사고로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그녀의 삶은 그렇게 해서 눈을 감을 때까지 고통으로 점철됐다. 그녀는 붓 하나로 고통과 겨루었던 것이다.

그녀의 대표작 <부러진 척추>를 보면, 우리들 역시 여기저기 부러지고 상처 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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