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옥상에 제법 많은 화분들이 제각각 자기 몫을 감당하며 철 따라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한다.

나야 원래 식물을 키우는데 별 재주가 없기에 보는 것으로 늘 족함을 느끼는 편이지만, 이렇게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다 보면 어쩌면 우리 인생살이와 그렇게 닮았는지 깜짝 놀라곤 한다.

간혹 글을 쓰다(치다가)가 머리를 식힐 겸 잠깐 밖으로 나가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것들이 제법 눈길을 잡아끈다. 어떤 화분에는 이름도 없는 잡풀들이 섞여 바람에 함께 몸을 흔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애잔한 생각이 마음을 파고들기도 한다. 제 이름 하나 얻지 못하고 잡초라며 홀대를 받기는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정말 앙증맞은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럴 때면 내 눈 밑이 시큰거린다.

내가 뭐 남들보다 감정이 풍부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도 그렇게 악착같이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이 나를 닮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 주변을 돌아봐도 그렇다. 그들 역시 바람에 날아든 잡초처럼 어느 날 같은 공간에서 나와 함께 마음을 섞으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택시 운전과 배달을 겸하는 崔씨부터 시작해, 밤늦게까지 꽈배기를 튀기는 鄭씨와 무기 계약직이지만 누구보다 맡은 일을 잘 해내는 李씨까지... 그런데 말이다, 만약 그런 평범한 이웃들이 없다면 우리의 일상 역시 지탱되기 힘들 것이다. 잡초처럼 바람에 몸을 흔들며 묵묵히 살아가는 그들이야 말로 내 행복의 근원지이며 내가 사랑할 대상이다. 바람이 잡초의 향기를 더욱 진하게 만들듯이 평범한 이웃들이야말로 우리 삶을 향기롭게 만드는 한 송이 꽃들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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