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썩 익숙한 고사는 아니지만 세월의 덧없음을 비유할 때 종종 인용하고 한다. 말 그대로  흰 망아지가 빨리 달리는 것을 문 틈새로 본다는 뜻으로, 장자(莊子)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시간의 소중함에 대한 강조는 동서양이 따로 없었나 보다.

영어로 시간을 의미하는 time이라는 뜻도 ‘자른다’ 라고 하는 뜻을 가진 ‘템노’를 기원으로 한다고 하니, 참으로 의미가 깊어 보인다. 아닌 게 아니라 시간은 칼날처럼 우리 삶을 매일 잘라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다석 유영모 선생도 날(日)을 칼 날(刀)비유 했던 것이다.

아마 다들 자신이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면 그 말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마음은 여전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서성거리고 있는데 몸은 늙어버렸다는 느낌. 시간의 중력을 거슬려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만, 아쉽게도 우리는 딱 한번 밖에 살지 못한다. 모든 사람은 예외 없이 시간이라는 '씨줄'과 공간이라는 '날줄'을 엮어가면서 인생이라는 양탄자를 완성해 가는 것이다.

그리스인들이 시간을 양적인 크로노스와 질적인 카이로스로 구분 했던 이유다. 카이로스는 우리가 하루하루 경험하며 살아가는 24시간을 말하고 크로노스는 주관적인 시간을 말한다. 인생을 가치 있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이 두 가지 시간을 적절하게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매일 찾아오는 물리적인 시간 속에서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 갈 때 질적인 시간을 뜻하는 카이로스도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찰나’라는 지극히 짧은 시간 속에서 ‘찬란’한 생을 빚어야 하는 존재들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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