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지지~팍!’ “푸하하하~”
낮부터 거세게 퍼붓던 비가 밤이 깊도록 멈추지 않아 술이 한잔 땡겼다. 요즘 유튜브를 통해 즐겨듣는 장자 철학 강의 시작 전 뜨는 광고에 낚여 산 오믈러레인지 테스트도 해볼 겸 계란 두개를 풀어 마늘ㆍ소금으로 간을 하고 설명서에 나온 대로 조리를 했다. 광고에서는 모양도 이쁘더니, 웬걸. 지 멋대로였다.

다시 해보기로 했다. 2개를 넣으니 레인지 주변에 계란물이 흘러넘쳐 이번엔 설명서대로 하지 않고 1개만 넣어보기로 했다. 다시 계란1개를 풀어 간을 하고 레인지에 넣었다. 이번엔 광고대로 모양이 제법 있어 보였다. 하지만...쑤욱 올라온 오믈렛을 뽑아내다 그만 밑부분이 레인지 안에서 잘리는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잘린 부분을 들어내야 청소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스텐집게로 뽑아 올렸다.
그런데 그 순간, ‘지지지지~~~ 팍!’

원통형 레인지와 콘센트를 이어주던 전원코드가 그만 불타고 만 것이다.
너무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 코드를 급히 뽑았다. ‘왜 이러지?’ 처음 하고 나서 기계를 씻어내다가 코드 꽂는 곳에 물이 살짝 들어간 모양이었다. 어쨌든 설명서대로 따라 하느라 공들인 시간과 재료가 아까워 얄궂게 맹글어진 오믈렛을 안주삼아 매실주를 한 잔 하기로 했다. 푸 하하하하하~~~~ 한 잔 따라서 마시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웃음이 빵 터졌다.

‘저걸 사서 계란 야채 계란 오뎅 잘게 다져서 핫바를 만들어줘야지, 몇 개 만들어서 나눠먹어야지...’ 광고에  홀려 행복한 생각을 했더랬다. 인류문명의 발달은 왜? 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 요상한 기계도 프라이팬을 쓰지 않고 계란요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어떤 이의 왜? 라는 질문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발명품은 과대광고로 소비자를 낚는 불필요한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미련이 남는 건 왜지?. 배송 받은 지 이틀 밖에 되지 않았는데, 소비자 상담실에 전화를 걸어 과실을 인정하고 전원코드를 하나 더 보내달라고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비록 맛있는 도미노피자 한판 값 밖에 지나지 않는 ‘값 싼 물건’이지만 본전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소비자의 마음이다. 담부턴 ‘낚이지’ 말고 싼 물건이라도 실용가치를 따져보는 현명한 소비를 해야지 생각한다. /김여울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