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지 손가락이 약간 이상하더니 내가 신경을 안 쓰고 놔둔 사이에 중지 첫째 마디가 제법 화살처럼 휘어지고 있었다. 나도 참 둔하고 바보스럽다. 다른 것에는 과다할 정도로 예민하고 맡은 일 또한 젤 우선시하면서 내 몸을 살피고 돌아보는 것에는 너무나 인색한 것 같아 마음이 슬퍼졌다.냉철히 생각해보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내 몸을 먼저 살피고 아끼며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여태까지 난 내 몸에 얼마나 시간을 할애했으며 살폈는가.

20, 30대는 그럴 수 있다 하자. 경험, 일, 세상, 다양한 삶을 배워야 하니까. 그러나 40, 50대는 일을 하면서도 일은 30%만 차지하도록 하며 다른 중요한 삶에 집중해야 한다. 분배를 지혜롭게 잘하면 된다.한동안 ‘워라밸 ' 이란 용어가 이슈화되고 유행처럼 번졌다. 그 당시에 난 더 미친 듯 살아야 했다. 생활 여건이 그랬으므로. 그러나 워라밸이란 용어가 모두에게 공통적,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태어나 한번쯤은 가치있는 성공에 도전장을 내밀어봐야 한다, 그것이 곧 나의 발전이요. 시대의 발전이기도 하여 좋은 영향력을 끼친다.

어떤 필요할 시기에 한 두 번은 꼭 미쳐야 할 때가 있다. 왜 내가 하고자 하는 일, 목표를 향해 가야할 때는 워라밸이란 걸림돌에 불과하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한 번의 가치 있는 성공은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시기와 상황에 따라 일에 미쳐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매일 일에 미쳐 산다면 내 삶이나 주변의 삶이 행복하지 못하겠기에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워라밸을 외치는 것이리라.

그러나 요즘 젊은 사람들은 사회, 삶, 관계 등을 배우기도 전에 워라밸을 먼저 구호 외치듯 외치는 것은 좀 생각해 봐야 할 듯싶다. 즐김도 중요하지만 아직 무리가 있다.우리부모가 살아왔던 시대와는 다른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이다. 줄서고, 경쟁하며, 자기 자신이 없는 삶을 20년 이상 교육받고 살아왔다. 우리나라 교육 정책이 그러하기에.어느 정도의 경제개념과 시대흐름, 움직임을 파악하며 살아가는 영민함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라 본다.

요즘은 바꾸거나 뒤집거나 없애는 등, 법과 제도를 바꾸기가 너무 힘든 시대에 직면해 있다. 방법은 관심을 가지고 좋은 예시를 제시해주고 대표로 하여금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브레인스토밍 한다면 분명히 변화는 찾아올 것이다. 잠시 또 엉뚱한 곳으로 세어 버렸는데, 이게 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지금껏 내 삶을 돌아보니 보람과 기쁨, 성취도 많았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젤 소중한 것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내 몸이 안쓰럽다. 내 중지 손가락이 불쌍하다. 수명이 다 되었다. 자르고 붙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그 무서운 소리가 뱅뱅 주변을 돌아다닌다. 자르란 얘기가 아닌가. 옆에 있던 친구가 말하기를 “넌 바보야. 나도 불쌍하지만 널 보니 나보다 더 불쌍하네.” 기가 죽어 있는 내 중지 손가락을 쿡 누르며 역정을 낸다. "네가 너무 불쌍해 보인다는 것 너는 알고 있니?"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눈물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안 그래도 마음이 심란해 죽겠는데....그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내 몸을 돌보는 일부터 시작하자고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내 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며 위로를 한다. 더 이상 너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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