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만60세가 되면 정년퇴직을 한다. 올해부터는 분기별 퇴직에서 연말 퇴직으로 일부 연장이 되었다. 계산을 해 보면 청춘의 대부분을 한 직장에 보내는 셈이다. 20~30대에 취업을 해서 60대에 정년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직장 개념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한 직장에서 한 우물을 파는 시대가 지난 것이다. 세월과 더불어 직장 개념과 직장 문화도 변하게 마련. 생각해보면 그렇다.

내가 포스코를 다니던 시절만 해도 오로지 이 직장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해 왔다. 퇴직을 하고 뒤돌아보니 전혀 후회가 없다. 그 만큼 보람을 느꼈다는 뜻이다. 사실 직장 생활도 자기하기 나름이다. 내가 하는 일에 긍지와 보람을 가지게 되면 어떤 직장이든 다 의미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땐 아무리 좋은 직장이 주워진다고 해도 만족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는 포스코에서 퇴직을 한 후, 포스코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위기는 기회다’ 라는 주제로 2모작 인생에 대해 강의를 해왔다.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는 바람에 60대에 정년퇴직을 한다고 해도 최소한 2~30년은 다시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2모작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의외로 2모작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드물어 참 안타깝다.

나는 정년퇴임을 하면 뭘 할까? 고민을 하던 중, 주택관리사에 도전을 해 자격증을 취득한 후 다시 아파트 소장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 ‘퇴직 후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다가 막상 퇴직을 앞 둘 때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제 막 정년퇴임했거나 또는 곧 퇴임하게 될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 평생 동안 직장 생활 했으니 좀 쉬고 나서 일자리를 찾아보겠다고 하는데, 막상 일자리를 찾으려고 하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심지어 체면 때문에 이것저것 따지는 사람도 있는데, 체면 보다는 일자리의 소중함을 먼저 깨닫는 게 중요하다. 세상에 내 입맛에 딱 맞는 일자리가 어딨겠는가. 일자리란 결혼생활과 같아서 일을 해가면서 맞추어가는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 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속담이 있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나 역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시간이 미사일처럼 빨리 지나갔음을 느낀다. 요즘은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절감하며 어떻게 하든지 시간을 아껴서 쓰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나마 퇴직할 때 빨리 2모작을 결정한 덕분에 나는 제2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은퇴를 어떻게 준비하는 가에 따라 말년 인생도 확 달라지게 되는 법이다.

영어로 은퇴 또는 퇴직을 ‘리타이어(retire)’라고 하는데, 생각해 보면 참으로 일리가 있어 보인다. ‘다시’라는 접두어 ‘리(re)’와 자동차 바퀴를 뜻하는 ‘타이어(tire’)가 결합된 단어라는 것을 금방 눈치 챌 것이다. 그렇다. 은퇴는 새 타이어로 바꾼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타이어를 교체한 후 어디든지 달릴 수 있는 자동차처럼 2막 인생을 준비한 사람도 이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미래를 준비한 자에게는 은퇴도 금을 쌓는 금퇴(金堆)가 될 테지만, 그렇지 않은 자에게는 진퇴(進退)가 되 말년을 고생으로 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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