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 같은 한해가 흘렀다. 아마도 이 시점에서 마음을 쓸어내리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산다는 게 어쩌면 환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현실은 전투적으로 살아간다. 이게 인간의 숙명이기는 하겠지만, 이런 순간만이라도 한발 물러서서 생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싶다.

사실 꿈과 현실의 경계는 참으로 애매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많은 재물과 명예를 가진다고 해도 늘 목은 마르고, 삶은 덧없이 사라진다. 아니 모든 인생살이가 그렇다. 뭔가 확실한 것 같은데 막상 손을 뻗어보면 잡히지 않는 것, 이게 인생이다. 한마디로 몽환포영(夢幻泡影)인 셈이다.

몽환포영이란 꿈과 환상, 거품과 그림자 같다는 뜻으로, 허무한 인생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그렇다고 허무주의를 말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러기 때문에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면서 살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사회가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도 그런 생의 의미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덧없이 사라지는 물방울과 그림자 같은 게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현실이라고 인식한다면 우리 태도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아니 달라지게 돼 있다. 이게 바로 인식의 전환이다. 인식의 전환이 전제 될 때 우리의 가치도 달라지고 그렇게 될 때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실천하는 능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해, 고생 많았다. 새해에 역시 그렇게 열심히 살겠지만, 종종 삶의 의미를 한 번씩 되새기며 그렇게 살아가자. 사람이 짐승처럼 되는 대로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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