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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들의 당연하지 않음에 대한 단상           김종헌 (시인)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19.11.2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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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나뭇잎들이 온 세상을 단풍으로 붉게 뒤덮더니 어느새 낙엽이 되어 스산한 바람에 몰려다니며 형형색색의 융단을 깔고 있는 가을이 지나고 있다. 여름이 갔으니 가을이 오고 이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이 한 장의 낙엽은 겨울의 추위를 참고 봄에 새싹으로 소생하였다가 뜨거운 여름의 태양빛을 견뎌내고 이제 또 봄의 소생을 기대하며 겨울로 접어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리라.

최근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심한 골반통증으로 고생을 했다. 정형외과를 시작으로 신경외과, 비뇨기과, 통증클리닉 등 여러 병원을 다니며 각종 검사를 하는 동안 진통제로 견딜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진통제로 인해 잠시 통증이 사라지는 순간, 몸에 통증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흔히들 몸이 아프지 않은 것이 당연한 일이고 몸이 아프면 이상이 생겼다고 하는데, 우리는 평소 몸이 아프지 않은 상태에 대해 얼마나 감사를 하며 행복을 느끼며 살았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냥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던 아프지 않은 몸의 상태를 위하여 우리 몸의 장기(臟器)와 신경과 혈관과 세포는 얼마나 수고를 했을까.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으며 음식들의 맛을 느끼고, 반복적인 일상의 생활을 하고, 햇살과 바람을 느끼며, 황홀한 석양을 감상하며, 달과 별의 밤하늘을 볼 수 있는 이 당연하지 않은 일들이 당연한 듯이 보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우리가 모르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일어났을까. 모든 것이 너무 위대하고 거룩하게까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부모님이 우리를 길러주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누군가가 나를 위로해 주었던 일들이 당연함이 아니었으며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일상의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당연함이 아니었고 저마다의 수고와 헌신과 노력의 결과였음을 잊고 혹은 모르고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겨울의 문턱에 와 있는 계절이다. 누군가는 외롭고 누군가는 마음이 추운 이 계절에 당연하지 않은 수고와 노력으로 춥고 외로운 누군가를 위로하고, 따뜻한 말 한 마디와 손 한번 잡아 주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수고와 노력의 결과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고 상상치도 못한 엄청난 보람과 행복을 안겨줄 것이다. 세상에 당연함은 없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만큼 우리는 더 많은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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