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면서 잠시 창밖을 보니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새삼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고 보니 아내를 만나 함께 슬픔과 기쁨을 섞어 온 지가 40년이 넘었다.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참으로 이런저런 곡절도 많았고 또 아픔도 많았다. 어찌 1년 365일이 마냥 행복하기만 했겠는가. 만약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남녀가 함께 해로(偕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평생을 그렇게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필자가 과거 목사로 활동했을 때는 주로 사랑에 관한 설교를 많이 해 왔다. 그러나 막상 그 사랑을 내 가정에서 실천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이런 모순과 갈등은 평생 동안 계속 가슴에 품고 살아가겠지만, 하여튼 사랑에 대해 말하기는 쉬워도 말 한대로 사랑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미국에 거주하며 살 때에는 이혼 때문에 괴로워하는 부부도 많이 보았고 또 상담도 많이 해 주었다. 그런데 이혼을 하려고 하는 부부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결혼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연애는 환상으로 유지되지만 결혼은 현실에 눈뜸으로 유지될 수 있는 법이다. 그렇지 않고 환상에 머물러 있는 한 행복한 부부가 될 수 없다. 생각해보라. 현실은 아기를 낳고 길러야 하며 남편은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고 부인은 또 적은 월급으로 가정을 꾸려나가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잔소리도 해야 하고 고함도 쳐야 한다.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90%의 부부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 그렇지 않고 나만 불행하게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불행은 시작된다. 

어느 철학자가 이런 우스운 말을 했다. “이 세상에 영원히 부족한 것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충분한 돈이 없고 둘째는 100% 마음에 드는 부인 혹은 남편”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다. 그래서 배우자를 영어로 batter half 즉 ‘가장 좋은 나의 반쪽’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살다보면 이런 사실을 망각한 채 서로에게 완벽한 것을 요구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러나 어느 책 제목처럼 여자는 금성이 고향이고 남자는 화성이 고향이다. 달라도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갑자기 만나 하나가 된다고 생각해보라.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말이다. 아마 눈치가 빠른 사람은 금방 이해할 것이다. 그렇다. 일정부분 포기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포기한다고 해서 무관심 하라는 말은 아니다. 

사람은 나름대로 변할 수 없는 기질과 성품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자꾸 마찰을 빚다 보면 둘의 애정 관계는 시나브로 금이 가고 말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이혼한 부부들을 상대로 상담을 해 보면 70%가 ‘그 때 좀더  참을 걸’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혼을 유지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조금 더 참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무조건 참는 것 역시 건강에 썩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지탱해 나가는데 있어서 인내야 말로 필수조건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땅의 모든 ’잉꼬‘부부들은 ’忍苦‘ 즉 괴로운 순간을 얼마나 잘 참는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백마를 탄 멋진 왕자와 백설공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왕자와 공주는 당사자들이 살아가면서 서로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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