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나라 코린트 시에 환한 대낮에도 등불을 켜들고 거리를 다니며 무엇인가를 찾는 사람이 있었다. 당대의 걸출한 지성인 디오게네스였다. “무엇을 찾느라고 밝은 대낮에 등불을 켜들고 다니느냐?”고 묻는 말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정직한 사람이 그리워 사람을 찾습니다.” 디오게네스의 목마름은 돈도 명예도 권력이 아니었다. ‘사람이면 다 사람인가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참 사람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심하면 그렇게 사람을 찾아 헤매었을까?  

밝은 대낮에 등불을 켜들고 사람을 찾아 헤매는 디오게네스의 심정에서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깊은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으리라. 사회가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을 때 마다, 우리는 사람이 그립다는 심정으로 주변을 돌아보며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닐까? 쿨쿨하고 답답한 가슴을 뚫어주는 사이다 같은 사람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에 그런 사람을 찾기는 너무 순진한 과욕일 터이다. 

  우리가 일본의 압제에서 해방 된지 벌써 73년의 세월이 흘렀다. 뜻밖에 모처럼 주어진 해방과 자유의 감격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73년의 대한민국 살림살이를 살아오면서 항상 아쉬었던 것은 의로운 사람, 사람다운 사람의 결핍이었다. 그동안 우리국민이 당한 그 많은 고통과 불행은 바로 참다운 지도자를 만나지 못함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고통이었다.   

옛날 소돔과 고모라에는 화려함과 즐거움이 있었다. 그곳으로 돈이 모여 들었고 명예, 권세, 지식인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의인이 없었다. 소돔 고모라가 멸망한 까닭이 거기 있었다. 진실로 의인이 없는 나라와 민족이 망했다는 것이 역사의 산 교훈이다. 역사는 변화를 위해 초인이나 완벽한 사람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참다운 인간을 요구했던 것이다. 잘난 사람보다는 다정한 사람, 똑똑한 사람보다는 친절한  사람이면 좋을 것이다.

  ‘사람을 찾습니다’ 이것은 어느 기업체의 구인 광고가 아니다. 이것은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구인광고다. 우리가 말하는 ‘사람’은 인격적으로 완전무결한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세상에 어느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될 수 없다. 누구에게나 약점이 있는 것은 불완전한 사람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는 “우리는 서로 관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모두 연약하고 무분별하고 실수가 많은 존재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절대조건이 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세계와 우주의 중심이라는 신념을 가져야한다. 성서에는 하느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셨다고 말했고, 최수운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고 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올바로 이해할 때에 비로소 우리는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에서 살아갈 자격을 갖는다. 부자가 아니어도 좋다. 유식하지 못해도 괜찮다. 서로를 받아주는 넓은 가슴이면 충분하다. 서로의 약함, 상처, 있는 그대로를 품을 수 있으면 족하다. 우리 모두는 하나하나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귀중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당선됐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중심하여 서로의 존재감을 인정하고 높여주는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세워나가는 것이 오늘의 시대정신이며,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사람이 먼저’의 세계를 향하여 인간의 가치를 중시하는 생활습관은 사람을 사랑하는 박애로 이어진다. 예수는 제자들의 단점과 결함을 다 알면서 도 변함없이 그들을 사랑하셨고 그들에게 부탁하셨다. “내가 생명을 다하여 여러분을 사랑한 것같이 여러분도 서로 사랑 하십시오”라고. 그 길이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이루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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