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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도 충분히 ‘밥’을 생산할 수 있다”해마다 신선한 프로그램 운영…축제 과감한 투자 지속...옥천 지용제 성공 비결, 전문 프로그램 개발자와 머리 맞대
  • 홍봉기 기자
  • 승인 2019.05.1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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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가 축제로 詩끌벅적
인구 6만도 되지 않은 옥천의 한 작은 동네가 지난 9~12일까지 말 그대로 詩끌벅적했다. 충북 옥천 출신인 정지용 시인(1902~1950)을 기리기 위한 ‘지용제(32회)’가 그의 고향에서 개막됐던 것. 지용제는 지난 12일까지 옥천읍 정지용 생가 일원에서 ‘골목으로 통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기자는 지난 10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역재발견 ‘봄날의 문학산책’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석했다가 지용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지용제가 열리고 있는 동네는 여느 시골처럼 한적해 보였지만, 축제의 힘 때문인지 몰라도 온 마을이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했다. 특히 가장 부러운 것은 형식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주민과 군청이 혼연일체가 돼 내실 있는 축제를 만들어 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 시인을 어떻게 각색하는 가에 따라 문학도 얼마든지 부가가치를 생산해 낼 수 있었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순간이었다.

지용제 화폐, 상권 활성화 견인
특히 지용문학공원과 생가주변에서 정 시인 발자취와 당대시대상이 녹아있는 생가마을 골목 곳곳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신선한 콘텐츠로 풍성하게 채워졌다. 축제를 주관하는 옥천문화원은 국내를 대표하는 명품 문학축제답게 다양한 문학 행사를 마련, 많은 시인과 평론가들이 참여해 축제의 품격을 격상시켰다. 4년 째 가족과 함께 지용축제를 찾고 있다는 한 관광객은 “지용축제는 다른 축제와 달리 정말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만들어 준다“며”이런 차별화 된 맛에 지용축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옥천군 공무원들이 고민한 흔적도 엿보였다. 지용제 행사기간 중 유료체험 프로그램 참여시 지불한 금액을 구읍식당, 커피숍 등에서 다시 지용제 화폐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변상권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도록 했다는 것. 그야말로 1석2조의 효과를 나타냈다. 또 중국, 베트남 등 5개국 20여 명 문인들이 참여한 제2회 동북아 국제문학포럼과 지난해 중국 항저우 지용제 詩 낭송대회수상자인 진흔우 학생이 참여, 시 낭송을 함으로써 감동을 선사했다.

당시대 재현, 관광객 눈길 끌어
축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올해 처음 선보인 프로그램으로는 1900년대 개화기 의상을 입고 차 없는 거리에서 즐기는 새빨간 기관차와 인력거 타기는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며 “개화기 의상을 두룬 배우들이 안내하는 정지용 생가, 정지용문학관, 옥주사마소 등 골목길 투어도 구읍만이 가진 다양한 근대화명소와 매력들을 선보이며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평가했다.
정지용 시에 등장하는 옛 음악다방 카페프란스와 질화로 체험, 향수민속촌, 거리마술사 공연 등도 마련돼 정 시인이 활동하던 1930-1940년대 거리분위기를 재현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정지용이 활동했던 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차 없는 거리 내 향수마당에서는 DJ가 들려주는 노래와 함께 옛 주막음식을 선보이며 거리곳곳에서 추억의 거리마술사 공연과 춤추는 정지용 등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 밖에도 형형색색조명으로 수놓은 지용생가 옆 실개천과 종이배 띄우기 체험행사,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 푸드트럭도 오감만족의 추억거리를 선사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다양한 문학콘텐츠에 재미와 감동을 더해 오감만족의 명품문학축제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게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 것 같다”며“ 내년 역시 알찬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관광객들이 옥천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런 외형적인 행사만으로 축제를 치르는 것은 아니다.

4개 부문 문학상 수상작 선정
옥천 문화원은 격조 높은 순수 문학 행사를 지향하기 위해 4개 부문에서 문학상 수상작을 선정·수여하고 있다. 4개 부문 문학상으로는 1989년 시와시학사에서 제정해 한 해 동안 발표된 중진 및 중견 시인들의 작품 중 낭송하기에 적합한 시를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정지용문학상, 옥천군의 후원으로 1995년 제정한 신인문학상, 전국 초, 중, 고, 대학 및 일반인의 문예창작 의욕을 고취하여 지용시문학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뜻을 둔 전국지용백일장, 중국 현지에 발표된 동포들의 문학작품 가운데 예술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는 연변지용시문학상 등이 있다. 정지용문학상 수상작은 상금 1,000만원과 상패, 정지용의 흉상이 새겨진 순금 메달이 수여되고, 시와 시학사에서 발간하는 시 전문 계간지 <시와 시학>에 특집 시인으로 다루어지며, 신인문학상은 500만원의 상금과 상패를, 전국지용백일장, 연변지용시문학상은 현지의 시집 발간금액을 지원한다.

‘지용회’ 결성에서 출발, 지역축제로 발전
한편, ‘지용제’는 1988년 정 시인에 관한 해금(解禁)과 함께 그의 시를 아끼고 사랑하는 문인들과 제자들이 ‘지용회’를 결성한 뒤 그해 5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처음 개최했으며, 이듬해부터 정 시인의 고향인 옥천으로 옮겨 32년째 그의 생일인 음력 5월 15일을 전후해 해마다 열리고 있다. 옥천문화원 관계자는 “전문가 컨설팅과 킬러콘텐츠 개발을 위한 관계자 워크숍, 축제대학 등을 운영하며 시문학의 매력을 보여줄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과 융화해 지역 경제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되도록 늘 고민하며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축제가 관 위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콘텐츠 개발로 이어지고 있는 것. ‘지용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관광객들의 마음을 끌고 있는 이유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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