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재 포토에세이
재벌의 죽음을 애도(哀悼)하지 못하는 슬픈 사회
  • 홍봉기 기자
  • 승인 2019.04.09 16:24
  • 댓글 0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죽었다는 부고가 떴다. 이름은 양호인데 반해 건강은 그렇게 양호하지 않았나 보다. 서민들의 죽음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재벌의 죽음은 세간의 관심을 받게 마련. 그러나 참으로 가슴 아프게도 재벌의 죽음에 대해 그렇게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결코 그가 부자라는 사실을 시기해서만은 아니다. 재벌들이 사회 환원에 지나치게 인색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재벌들이 일정부분 사회적 책임을 지는데 비해, 우리나라 재벌들은 어떻게 하면 책임을 지지 않을까만 생각하는 듯하다. 

다 알다시피 사람은 죽을 때 먼지하나도 가져갈 수 없다. 그런데도 움켜진 손을 절대 놓지 않으려 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우리네 인생인데도 말이다.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天有不測風雨(천유불측풍우)하고 人有朝夕禍福(인유조석화복)이니라고 했다.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비바람이 있고 사람에게는 아침, 저녁으로 화와 복이 있다”는 뜻이다. 누구 인생도 예외일 수 없다.

며칠 전 우연히 길을 가다가 공공근로 하는 어르신들을 보았다. 서로 옹기종기 모여 일하는 모습이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다들 일흔이 넘은 어르신들이다. 조양호 회장 보다 더 나이도 많다. 그런데 일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는 표정이었다. 아마 부자와 보통사람들의 삶을 저울에 달아보면 그 무게는 똑 같지 않을까 싶다.

부자 역시 그 그릇의 크기만큼 고민을 짊어지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한때 조 회장이 대표로 있었던 ‘한진’이라는 회사명이 자꾸 ‘한짐’으로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의 죽음을 생각하며 잠시 창밖으로 눈을 돌리는 데 바람에 날리는 꽃잎이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때가 되면 모두 그렇게 덧없이 떠나는 법’이라고. 그렇다. 인생도 권력도 화무십일홍에 불과하다. 다만 그 사실을 인간만 망각할 뿐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봉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많이 본 뉴스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