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집 뒤에 있는 마로산성에 올랐습니다. 날씨가 영하 탓인지 몰라도 산성을 찾아온 사람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마로산성 계단을 오르면서 아내가 이런 말을 중얼거렸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지키느라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을까.”무심코 한 말이 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라를 지키겠다고 이름도 빛도 없이 스러져간 조상들의 넋을 생각하니 그저 송구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러잖아도 올해가 3.1절 100주년을 맞는다고 하는데 다시 한 번 그들의 죽음 앞에 옷깃을 여미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자유한국당 의원들(누구보다 5.18민주화 혜택을 많이 입은)셋이  ‘5,18 민주화 운동’을 폄하하는 망언을 보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아마 일제 시대였다면 저들은 충분히 매국노 짓을 하고도 남겠다는 생각을 하니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정말 같은 시대 같은 하늘아래 사는 사람들인지 되묻고 싶었습니다.

조폭 세계에도 나름대로 지켜야 할 금도가 있다는데, 저들에겐 전혀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하긴 그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렇게 함부로 망발(妄發)을 하지 못했겠지요. 어쨌거나 흘러간 역사 속에서 미래를 읽어내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입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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