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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하자는 말, 너무 쉽게 하지마세요!” 구회근 서울고등법원부장판사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19.01.2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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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혹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법이라는 한자를 써 놓고 물끄러미 드려다 보곤 한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머리가 맑아지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느낀다. 다들 알다시피 법(法)이란 한자는 물 수(水)변에 갈 거(去)자로 이루어져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버린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간다는 것은 물이 자연의 순리를 따르듯 법이 정의의 순리를 따르는 것을 말하고, 버린다는 것은 죄를 지었을 땐 모든 것을 잃게 됨을 말한다. 그런데 사회구성원들의 삶이 복잡해짐에 따라 법 역시 복잡해지고 말았다. 생각 같아서는 법으로 해결하기 전에 서로 합의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법규범의 본질이 "강제규범에 있다" 고 말하는 이유다. 

법의 강제적 측면은 법을 도덕 등의 다른 사회규범과 구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강제를 수반하지 않는 법은 타지 않는 불이나 비치지 않는 등불과 같이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법의 강제성은 법의 필수 요소 중의 하나다.

강제적 제재는 전통적으로 법체계 전체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법의 구조적 변모와 다양성에 따라 각종 법규범 과 기능수행 또한 재검토되어야 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다변화된 사회에 다변화된 사건들을 어떻게 법률적 해석만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은 사회적 규범을 바르게 이끌어가는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판사(判事)가 있다. 사람들은 사회규범을 올바르게 판단해 주는 사람을 가리켜 판사라고 부른다.

문제는 어떤 문제의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데 있다. 법률적 해석만으로 안 되는 사건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판사가 그 어떤 부류의 직업군들 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또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두가 알다시피 국가사회의 법질서는 각기 그 논리적 성격을 달리하는 3종류의 법규범(행위규범·재판규범·조직규범)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모든 법규범이 명확하게 이러한 구조에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규범도 관점에 따라 행위규범 혹은 재판규범으로도 볼 수 있는 중복관계에 있으며, 사회발전의 각 단계에 따라 그 발전·정비의 정도도 일치되지 않는 수가 많다. 하지만  구체적인 존재형태는 다르더라도 모든 국가의 법질서는 위의 3가지 법규범이 내포되어 있다. 그 중에 행위규범은 행위의 기준을 정하는 당위법칙이며, 사회규범의 전형적인 형태 중의 하나이다. 

나는 직업상 그동안 수 없이 많은 재판에 직접 참여했고 또 재판을 지켜봤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것은 걸핏하면 법대로 하자는 말이다.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일수록 이 말을 자주 하는 데, 막상 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절차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그러므로 먼저 이해충돌이 발생했을 때는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보는 게 좋다. 이게 법원의 문턱을 넘는 일보다 감정적인 에너지 소모도 적고 또 시간도 단축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금전도 절약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재판을 뜻하는 영어 저쥐(judge)를 우리말 ‘저지(沮止)하다’로 치환해서 생각하곤 한다. 할 수 있다면 법보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저지하고 싶은 것이다. 내 생각에 사람들이 평생 가지 말았으면 하는 곳이 세 곳 있는데, 바로 법원과 경찰서와 병원이 그렇다. 평생 이 세 가지 근처에 갈 일이 없는 사람이야 말로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법은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지 그렇지 않고 사소한 것까지 모두 법으로 해결하고자 할 때 우리 사회는 그 만큼 삭막해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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