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이었다. 기자는 지난7일 광양상공회의소 주관으로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한국 지엠(GM) 군산 공장을 방문했다. 군산으로 가는 도중 버스 안에서 지엠(GM) 군산공장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먼저 시청했다. 공장이 문을 닫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인터뷰는 차마 맨 정신으로 볼 수가 없었다. 인터뷰 내내 말을 잇지 못한 채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실직자들의 모습을 볼 땐 내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이미 방송을 통해 모두 알고 있듯이 한국 지엠(GM) 본사는 지난 2월 13일 군산 공장을 5월까지 폐쇄하겠다고 전격 발표한다. 그 후 한국 정부와 노동자를 상대로 협상을 벌여온 지엠은 부평과 창원 공장은 살리고 군산 공장 폐쇄결정을 내린다.

현재 군산은 작년 여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에 이어 지엠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지엠 군산공장을 방문한 날, 하필 가을비까지 내려서 그런지 몰라도 공장주변 도로는 황량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이 시간(5시) 쯤이면  각종 트레일러와 승용차를 가득 실은 특장차가 질주해야 할 도로가 마치 비행기 활주로처럼 텅 비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한편은 화가 솟구치기도 했다.

우리 정부와 군산시는 이 지경이 되도록 도대체 뭘 했단 말인가. 함께 간 일행들은 GM이 처음부터 먹튀를 계획했을 것이라며 분노를 쏟아냈다. 우리는 잠깐 한국산업단지공단 전북지사 관계자의 설명을 들은 후 공단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예전 같았으면 공장 주변 전체가 환하게 붉을 밝히고 한참 가동을 해야 할 시간인데 마치 일괄 소등이라고 한듯 어둡고 적막했다. 주변 아파트 역시 드문드문 불을 밝히고 있을 뿐, 적막강산 그 자체였다. 거의 1000세대에 가까운 아파트엔 겨우 150세대 정도 산다고 했다. 

한국 지엠 군산공장 역사는 1997년 4월 21일, 당시 고건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가진 대우자동차에서 출발한다. 당시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자동화 설비와 생산관리 시스템을 갖춘 대우자동차는 대지 106만 평에 승용차공장(연산 30만 대)과 대형 상용차공장(연산 2만 대) 외에 주행시험장, 수출전용부두, 대형 출고장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야말로 지역민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가득 안겨주며 출발한 대우자동차는 3년 후 부도로 무너졌고, 미국 제너럴 모터스(GM) 자동차가 2002년 인수한 게 오늘의 '한국 지엠'이다.

그 후 지엠은 법인세, 소득세 면제 등 온갖 특혜 속에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심지어 내수 부진으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시민들이 GM 자동차 사주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자기 일처럼 도왔다. 그러나 GM은 시민의 마음과 희망을 여지없이 팽개치고 말았다. 

이날 현장을 지켜본 일행들의 마음은 여간 착잡한 게 아니었다. 하나같이 광양시도 장담할 것은 아니라고 했다. 미리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만약 광양제철소(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럴 일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게 또 산업이라)가 문을 닫게 되면 광양은 군산보다 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GM 군산공장 폐쇄를 앞두고 정부는 군산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희망근로사업은 올해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임시변통의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중론이다. 

명심보감에 보면 욕지미래 선찰이연(慾知未來 先察已然)이라는 말이 있다. “미래를 알고 싶으면 먼저 지나간 과거를 살펴보라”는 뜻이다. 광양시도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 어떻게 하는 게 지역민과 기업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인지 수시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군산시가 흘리는 눈물은 아직 멈추지 않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인데, 그렇게 하려면 늘 대비하는 자세로 시민과 행정 그리고 기업이 서로 상생하며 소통하는 길 밖에 없다. 미리준비해서 손해 볼 것은 없다. 그러므로 광양시도 수시로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 어떤 조짐이 보이면 그 때 그 때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설마’ 는 기업만 잡는 게 아니라 근로자들과 광양시민 경제를 잡게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지금  군산시민들이 흘리는 눈물을 나의 눈물로 통감할 때, 우리는 그런 아픔을 겪지 않게 될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