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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유구무언(有口無言)일 뿐이다 
  • 홍봉기 기자
  • 승인 2018.04.0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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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는 정직하다. 심는 대로 되돌려주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들이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땅을 가지고 장난을 칠뿐이다. 땅만 정직한 게 아니다. 땅을 경작하는 농부도 정직하다. 간혹 땅을 혹사시키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농부들은 땅심을 믿고 정직하게 대한다.

며칠 전 아내와 드라이브를 가던 도중 한 노파가 힘겹게 괭이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힘에 부치는 듯한 노파의 괭이질 모습이 마치 경건한 예배처럼 느껴졌다.

사람은 자기 직업을 닮아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면 저 노파는 틀림없이 노자선생을 닮았을 것이다. 무위자연을 노래했던 노자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도법자연이기 때문이다.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이라.“ 사람은 땅을, 땅은 하늘을, 하늘은 도를,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는 뜻이다. 우리 조상들이 땅을 신성시해 제사를 드렸던 이유다. 조물주가 만든 최초의 사람 이름을 ‘아담’이라고 작명했는데 역시 ‘흙’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 존재의 원질을 가지고 있는 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자본적인 가치로만 매겨지는 현실이 그저 개탄스러울 뿐이다. 

노파가 자꾸만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그래, 너는 언제 한번 네 손으로 직접 땅을 파서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있느냐?” “언제 맨발로 고운 흙의 감촉을 느껴 본 적이 있느냐?” 라고. 그 질문 앞에 그저 유구무언(有口無言)일 뿐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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