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시대성과 역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고 또 소멸되기도 한다. 만수무강(萬壽無疆)이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다. 이 말은 시경(詩經)에 기록된 말로 무려 2천년 넘는 세월동안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지만 수명이 급격히 늘어난 요즘에는 별로 달갑게 쓰이지 않는 말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만수무강(萬壽無疆)하기를 비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을 것이다. 이 말은 끝없이 오래 살기를 바라는 인간의 염원이 들어 있는 말이다.

그런데 더러 ‘끝 강(疆)’ 자와 ‘강할 강(彊)’자를 혼동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만약 그렇게 되면 정 반대의 의미가 되고 만다. 강(疆)은 ‘끝’을 나타내는 말로써 무강(無疆)이란 ‘끝이 없다’는 뜻이다. 만약 무강(無彊)이라고 하면 강건하지 못하다는 뜻이 되고 만다. 대부분 언어구조가 그렇지만 한자 역시 점 하나 차이에 의해 그 뜻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큰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요즘처럼 수명이 길어지고 있을 땐, 만수무강이라는 인사 보다 건수건강(健壽健康)이라고 하는 게 더 시대에 적합한 말일 것이다. 아픈 몸으로 오래 산다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이기 때문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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