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해석하는 자의 몫이다. 해석의 다양성이 풍부할수록 그 의미 또한 깊어진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다면 기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 나는 요즘 우리사회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의지할 뢰(賴)’자라는 한자를 떠올렸다. 아마 매일 몇 번씩 사용하는 말이지만 그 한자가 함축하고 있는 뜻에 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뢰(賴)자는 묶을 속(束)자에 칼도(刀)와 조개 패(貝)자로 구성된 글자다. 한마디로 힘과 재물이 우리 삶을 야무지게 묶어주고 지켜준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하겠다. 칼이 있으면 위험에서 자기를 지켜 줄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거기에다 재물까지 있으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그것들의 오남용이다. 지금 우리사회 곳곳이 그런 징후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신뢰가 바닥에 추락한 정도가 아니라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뢰가 자꾸 무너지게 되면 개인과 사회는 시나브로 병이 들고 만다. ‘한센병(문둥병)’ 라(癩)자에 뢰(賴)자가 들어 있는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문둥병은 잘 낫지 않고 또 전염이 잘 되기 때문에 환자들을 같은 곳에 격리시켜 치료를 했다. 한 때는 나병(癩病)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실 행복의 90%는 상대방을 신뢰할 때 얻는 마음의 선물이다. 다만, 실례(失禮)를 자주 범할 때 신뢰(信賴)가 무너지게 되는 만큼, 평소 때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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